매일신문

대구 아파트값 뛰자 실수요자도 법원 경매장으로

내집 마련하러… "법원 경매장 갑니다"

22일 오전 9시 대구지방법원 신관 입찰'배당 법정 앞.

경매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데도 복도는 20여 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경매를 기다리는 이들은 아이를 업고 온 주부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주부 서모(35) 씨는 "매매가가 치솟아 집을 사는 건 엄두도 못 내 전세라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요즘 전세 아파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다. 아직 입찰한 적은 없지만 경매를 배우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에 온다"고 했다.

경매가 시작되고 1시간여 뒤 입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 법정 안은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법정 밖 모니터 앞에도 결과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초조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집행관이 차순위와 낙찰가 차이가 불과 59만원이라고 안내하자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낙찰에 실패한 이모(54) 씨는 "경매에 나온 아파트 물량은 적은데 사람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경매를 통해 시세의 80~90% 수준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옛말이 됐다. 그래도 경매를 통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시세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아 꾸준히 입찰하고 있다"고 했다.

아파트 매매'전세가격이 치솟으면서 투자를 목적으로 한 참가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이 경매에 몰리고 있다. 대구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9.3%로 대구 8개 구'군 모두 전국 상위 10위권에 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에도 매매가 상승률은 4.22%, 전세가 상승률은 4.62%로 전국 최고치다.

그러다 보니 경매를 통한 '내 집 구매'에 나선 이들이 많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매각된 아파트 한 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2012년 6.6명으로 6명 선을 유지해오다가 지난해 7.3명으로 7명 선을 넘어섰다. 대구지법 집행과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경매 물량은 줄고 있는데 수요는 늘고 있다. 옛날에는 경매만 전문으로 하는 '꾼'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와 경매를 배우려는 젊은 여성과 중장년층들이 많다"고 했다.

아파트 물건의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도 대구경북이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은 2012년 전까지만 해도 낙찰가율이 80% 선을 유지했지만, 지난해부터 90%를 넘어섰고 올 상반기에는 전국 최고 수준인 97.7%를 기록했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아파트 낙찰가율은 70~80% 선에서 형성된다. 그런데 1년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두건씩은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낙찰가율이 90% 이상일 경우 명도 비용과 경매로 발품을 파는 기회비용 등을 고려하면 공인중개사를 통해 일반 물건을 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현만 고려경매 이사는 "낙찰가가 감정가의 90% 수준에서 결정될 경우 이사비용, 체납 관리비 등의 명도 비용과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일반 급매물보다 못한 경우도 많다. 주위에서 경매로 돈 번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뛰어들 게 아니라 손익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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