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의로운 공천과 이로운 공천

우리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은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과정 및 공천결정은 민주적인 절차 또는 합리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7월 30일. 전국 15개의 선거구에서 재'보선이 실시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 광산을구에 신청한 기동민 후보를 서울 동작을구에 전략공천하고, 서울 동작을 토박이 허동준 후보를 탈락시켰다. 기동민과 허동준은 486운동권의 20년 동지이다. 새정치연합은 패륜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기동민은 3주간 용 후보였다. 그는 24일 정의당 노회찬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다.

새정치연합은 또 광주 광산을구에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이 시대의 정의, 양심'이라고 평가하면서 전략공천했다. 권은희 후보에게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증언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문제가 있다. 그런 그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서 2년 전의 대선과정의 이슈를 재점화하려는 새정치연합의 태도는 이성적인가? 사마천의 사기에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이라는 말이 있다. 여인은 자신을 기쁘게 주는 낭군을 위하여 화장을 한다는 뜻이다. 새정치연합은 권은희 후보의 화장한 얼굴만 보고, 민낯은 검증하지 못한 것 아닐까?

나경원 후보는 새누리당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공모에서는 찬밥 신세였지만,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대안으로 서울 동작을구에 전략공천을 받았다. 그는 '꿩이 아닌 학'인가?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경기 평택을구에 신청했지만 지역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1차 탈락했다. 그는 친박이 아니라 친이라는 이유로 탈락했다고 반발했다. 그는 수원정(영통)에 전략공천 됐다.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이 민주적 절차 또는 합리적인 절차를 지킨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공천을 위한 일관된 기준과 원칙하에서 공천을 했는지 궁금하다. 과연 공천 철학이 있었는가? 감동이 없지 않은가?

권은희 후보와 나경원 후보는 늦은 전략공천 때문에 선거인명부작성 기준일, 즉 7월 8일까지 주소를 옮기지 못했으므로, 투표권이 없다. 후보 본인은 투표권도 없으면서 국민에게 투표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

정당의 공천이 민주적인 것으로 평가받으려면 반드시 국민의 의사를 탐색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후보들에 대하여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한, 또는 정치 신인, 인재등용을 위한 개혁공천을 하는 경우가 아닌 한 전략공천은 제한적이어야 한다.

공자는 "군자는 의에서 기뻐하고 소인은 이에서 기뻐한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다. 선거에서 공천, 구도, 바람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정설이다. 그렇다면 종래의 이러한 관념을 염두에 둔 공천은 계속되어야 하는가? 선거 승리라는 결과가 모든 것을 정의롭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우리 정당들이 종래의 관념을 초월해서 "저희 당은 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이 시대의 상황과 당의 정강, 정책, 그리고 후보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전략적인 사고로 공천을 했다"고 말하는 순간이 올 수 있을까?

1854년, 1858년 연이어 미국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했던 공화당 링컨 후보는 1860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링컨의 승리 후 미국은 약 30년 만에 세계 1위의 국가가 되었다. 링컨이 상원선거에서 아름답게 두 번 패하지 않았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을까?

7'30 재'보선이 끝난 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과연 의(義)에서 기뻐했는지, 이(利)에서 기뻐했는지 냉정하게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2014년 갑오년 4'16 세월호 대참사는 우리 국민에게 이(利)를 좇지 말고 의(義)를 좇으라고 가르쳐 준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다.

김용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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