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 곳 잃은 오페라재단] (1)오페라 기근

출범 첫해 5편 제작 "없어도 너~무 없어"

대구오페라하우스 전경.
대구오페라하우스 전경.

지난해 말 (재)대구오페라하우스가 공식 출범했다. 대구가 아시아의 오페라 중심 도시로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한 음악인들과 시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오페라재단 출범 이후 7개월째, 오페라재단은 갈 곳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페라재단의 현재를 점검해봤다.

오페라는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한 대구시가 뮤지컬과 함께 내세우고 있는 양대 브랜드 중 하나이다. 특히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벌써 올해 12회째를 맞이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래서 출범한 것이 (재)대구오페라하우스이다. 대구시가 지난해 9월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재단법인 오페라재단을 법인화한 이유는 이런 대구의 오페라 제작 역량을 더욱 강화해 대구가 아시아의 오페라 중심도시로 우뚝 서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지만 오페라재단 출범 첫해, 시민들은 오페라를 접할 기회를 좀처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연간 4회 이상이던 그랜드 오페라 제작이 재단화 이후 3편으로 줄어들었고, 소규모 오페라 제작 역시 10여 편에서 2편으로 편수가 극명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구가 과연 오페라의 도시인가 의문을 갖게 할 정도로 공연이 줄었다.

지난해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사)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시립오페라단 등 3개 단체는 10월까지 모두 11개의 오페라를 제작해 선보였다. 그중 그랜드오페라가 시립오페라단의 '나비부인'과, 축제조직위가 선보인 개막작 '운명의 힘', 그리고 오페라하우스의 축제 참가작 '청라언덕' 등이 있었다. 그 외에 소규모로 제작된 '아하 오페라' 4회, '우리오페라 우리아리아' 2회, 축제 중 선보인 '살롱오페라' 등이 있었다. 오페라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7월부터 재단 설립 조례안이 통과, 10월 이사진 구성과 대표 선임이 추진되면서 축제를 제외한 하반기 프로그램이 제대로 열리지 못해 예년보다 공연횟수가 약간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의 경우 7월 이후 재단 설립이 추진되면서 예년보다 제작편수가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2012년에는 모두 14개의 작품이 제작됐다. 시립오페라단 '팔리아치'를 비롯해 축제조직위와 시립오페라단, 오페라하우스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청라언덕' '카르멘' '돈 조반니' 등 3개 작품이 있었으며, 그 외에 '아하 오페라' 6회, '우리오페라 우리아리아' 2회, 신작 우리 오페라(창작) 1회 등이 공연됐다.

이에 반해 올해 오페라재단이 제작하는 오페라는 상반기 그랜드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해설이 있는 오페라 '마술피리', 하반기 제작될 축제 개막작 '투란도트', 그리고 축제 이후 '코지 판 투테'와 콘서트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등 5편이 전부인 실정이다. 축제기간 한 달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은 고작 3개, 날짜로 따져도 10일이 채 되지 않는다.

박명기 오페라재단 공연예술본부장(예술감독)은 "보다 질 높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아하 오페라'류의 소규모 오페라 제작을 과감하게 줄였다"고 해명했다. 더구나 오페라재단 출범을 너무 급작스럽게 서두르면서 올 한 해 일정에 불가피한 차질을 초래한데다, 핵심 보직인 예술감독 선임이 2월 말에야 이뤄지면서 올해 오페라 제작 자체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인력 재배치를 통한 효율적인 관리라는 명분도 색이 바랬다.

음악계에서는 이런 현상과 관련해 "재단 출범 첫해부터 이렇게 오페라 기근에 시달리는 것은 오페라재단 출범 첫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페라재단이 만들어지면 시민들은 축제 기간 외에도 연중 오페라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이를 통해 음악인들의 활동 무대가 더욱 넓어지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재단만 덜렁 출범시키는 바람에 오페라계 발전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푸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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