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아줌마가 간다

'아줌마가 간다'라는 호칭의 여성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의 여성들은 전업주부로 열심히들 살았고 이젠 자녀들도 성인으로 성장시킨 만큼 워킹맘으로서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황금같이 쓰고 있다. 지식, 문화 실현 욕구와 자신의 여가활동을 펼쳐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하여 뛰고 있다. '아줌마'는 나이 든 여자를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적 의미를 하나 더 보탠다면 찰랑대는 생머리를 라면발처럼 뽀글뽀글 볶아야 할 때가 바로 아줌마로 불릴 때가 아닌가 싶다. (볶은 머리 때문에 가까운 남자한테 혼나기도 했지만) 출산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나니, 영양이 빠져나간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 손에 잡힐 때가 있었다. 이러한 머리숱 상태에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는 방법으로는 단정하게, 쉽게 손질할 수 있는'파마'라는 것을 하게 된다. 이렇게 완전무장하고 나서 강단 있게 '아줌마가 간다'라며 인터넷 사이트의 고급 정보들을 공유하며 게시판에 올려진 부실한 상품이나 일부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고 폭발적이다. 또한 문화센터나 도서관에서 맛있는 독서를 즐기며 시낭송을 공부한다, 각종 자원봉사 같은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아실현을 하고 있다. 자신의 롤모델이나 멘토를 설정해놓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게 되고 그 문이 열릴 때까지 사회 문화 정치적 견해 표현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일, 시어른 공경까지 다 해 나가면서도 문학에 대한 감성과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문화센터에 함께 모여 문학을 꽃피우고 창작한 시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낼 때가 있었다. 20여 년 전, 빤히 들여다보이는 아줌마들의 형편에 연간 동인지 한 권을 출간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실정이었다. 하나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러한 순수문학의 열정을 이해하고 갸륵하게 보아 도움을 주는 손길들이 많았다. 그 디딤돌이 되어 주었던 기업이 바로 우리 대구 건설업체인 우방, 청구, 보성 등 여러 업체들이다. 일부 업체들은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문학상 제정은 물론 "아파트분양 실입주자는 바로 주부님"이라면서. 기금을 선뜻 내어주곤 했다. 참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아니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린 늘 제자리에서만 인사를 갈음했지, 그들이 외환 위기에 처했을 때, 일부 업체가 법정관리를 받게 되었을 때, 그들을 찾아가 "힘내세요" 라는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해주질 못했다. 그렇게 행동으로 나서지 못한 것들이 마음과 목구멍에 이물질로 걸려 있는데, '아줌마가 간다'회원 중 누군가가 그랬다. "건설이 살아야 지역 경기가 살아난다. 아줌마가 누군가? 가정의 최고 경영자이며 사회의 선도자가 아닌가, 우리 한 번 8월의 어느 멋진 날에 그분들과 그 기업들 생각이라도 한 번 하는 기회를 갖자"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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