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호 태풍 할롱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던 이달 8일 오후 6시30분 영덕군 영해면 예주문화예술회관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사의 신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는 영화 '명량'을 보기 위해서이다.
예주문화예술회관 주차장에서부터 사람들은 이웃들과 인사하기 바쁘다. 로비에서 매표소를 지나 공연장에 들어서 자리에 앉을 때까지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 목례나 수인사가 끊이지 않는다. 도시의 여느 영화관과는 다른 풍경이다. 영덕은 주민등록상 인구 4만 명에 상주인구는 3만 명 내외의 작은 지역이다 보니 동네가 뻔하다. 웬만하면 서로 아는 사람들이다.
영덕군 김성란(51) 씨는 "지난 주말 기회를 놓쳐 오늘 가족과 함께 왔다. 현재 연일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전국민적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명량을 큰 도시로 가지 않고 영덕에서 볼 수 있어 참 좋다. 동네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분위기도 좋지 않느냐"고 했다.
인구밀도가 급속하게 떨어진, 시쳇말로 '콧구멍 만한' 동네에 상업극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한때는 인구 12만 명을 자랑했고 5개 읍면에 영화관이 있었다. 영덕 태생의 '고향 사람'인 톱스타 강신성일을 스크린에서 응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들이 포항과 안동 등 인근 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유일한 문화공간이었던 극장도 지난 2000년 강구를 끝으로 모두 사라졌다. 가장 대중적인 문화 장르인 영화가 영덕에서 사라지며 완전히 문화 오지로 떨어진 것이다.
극장이 사라지자 영화 한 편 보려면 제일 가까운 곳이라 해도 포항까지 나가야 했다. 준비하고 가고 기다리고 보고 다시 영덕까지 돌아오면 최소 5시간은 걸린다.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를 반영하듯 당시 한 국민 여가 활동조사에서 영덕군민들이 가장 관람하고 싶은 예술행사로 영화가 41.4%로 1위였다. 이러던 차에 영덕군 영해면에 최신 공연시설인 예주문화예술회관이 지난 2004년 문을 열었다.
영화에 대한 주민들의 갈증을 없애주기 위해 영덕군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개봉 후 한 달 정도 지난 영화를 배급자로부터 사들여 와 한 달에 한 번 정도 상영하기 시작했다. 2007년엔 주차장과 전시공간도 확충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개봉 후 한 달이라니….
지난해 2월 군은 CGV와 업무협약을 맺고 2, 3편의 영화를 주말 4회에 걸쳐 상영하기 시작했다. 올 초에는 재협약을 통해 상영기간을 연장했다. 지정좌석제로 운영되는 예주문예회관의 입장권은 CGV 홈페이지 사전 예매와 현장 발권이 가능하며 제휴 신용카드 할인 혜택은 포항 CGV와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예주문예회관 주말 시네마천국은 지난해 개봉작 74편을 129회 상영했고 3만9천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영덕의 상주인구가 3만여 명인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이다. 올해도 7월까지 1만5천여 명이 관람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9천여 명가량이 감소한 것은 세월호 여파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요즈음은 영덕과 인접한 울진 후포 지역 주민들도 예주문예회관 영화관을 적지 않게 찾는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예주문예회관 박창식 담당은 "영화에 대한 군민들의 호응이 높아 전문 상영관 못지않은 음향시설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또 토'일만 상영해왔으나 이번 명량처럼 인기 있는 영화는 금요일에도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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