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 사령부의 정치 댓글 사건을 수사해온 국방부 조사본부가 어제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놨다. 대북 심리전단 요원들이 지난 대선 기간을 비롯해 2010년 사이버사 창설 후 지속적으로 7천100여 건의 정치관련 글을 올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판 또는 옹호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두 명의 전 사이버 사령관(소장)과 사이버사 대북 심리전단 요원 19명을 정치관여 혐의로 입건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군수뇌부를 의식한 꼬리 자르기 수사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조직적인 대선개입도 없었고, 상부에 보고조차 않았다는 결과는 '윗선'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라는 의구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조사본부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주요 작전 개요만 보고받아 정치 글 작성 같은 위법 여부를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구체적 혐의가 없으니 별도의 조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보고를 받지 못했으니 책임도 없다는 식이다.
김 전 장관이 주요 군 관련 사건 때마다 번번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는 것은 석연찮다. 김 전 장관은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 때도 구타 사실만 보고받고 엽기행위 사실은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면했다. 또 지난 4월 북한 무인기에 청와대 상공이 뚫렸을 때도 제때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 시절 북한군 노크 귀순사건이 터졌을 때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가 뒤늦게 이미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국방부 장관은 군의 지휘'감독자이자 국가 안보의 지주다.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 군의 근간을 뒤흔드는 핵심 사안에 대해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 그 자체가 문책받을 일이다. 제대로 된 보고 체계를 갖추지 못해 국기를 흔든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보고를 받고도 이를 숨겼다면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김 전 장관은 지금 대통령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군은 사이버사 수사 결과 발표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김 전 장관으로서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부하 직원들을 문책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되짚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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