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문학 위주서 탈피…교과 수업과 연계형 독서 바람직

"우리 대학은 능숙한 독서 능력을 지닌 학생을 원한다."

서울대 입학처가 밝힌 인재상이다. 독서 능력이 곧 학업 능력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현행 입시체제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학생부 중심 전형 경우 어떻게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검증하느냐가 관건이다. 각 대학은 학생의 학업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서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책 쓰기 대회, 독후감 쓰기 등 학교 현장에서도 독서와 관계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대학들은 독서에 대해 재차 강조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대구시교육청은 인문학을 강조하면서 독서 교육에 더욱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독서를 또 다른 교육의 하나로 생각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생긴다. 인문학 위주의 독서교육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독서의 기본은 학교의 교육과정과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활동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예술, 체육 등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교과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관심이 있는 영역에 대해 더 탐구하고 싶은 욕구의 표출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과 연계형 독서를 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학교는 인문학 위주의 독서와 다양한 추천도서를 권유하고, 감상문을 제출하게 하는 데 그친다.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다양한 교과를 배우는데 이와 연계한 독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독서가 교과 학습과 별개의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이러니 학생들도 다를 바 없게 된다. '공부한다고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학생은 물론 학교조차도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다양한 활동 속에서 개인의 역량을 차별화해 대학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독서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 궁금해 자신이 직접 관련된 책을 찾고,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지식을 얻는 활동이 진정한 독서라는 것을 이해시켜줘야 한다. 이를 위해 매 학기 수업 시간에 담당 선생님들이 자신의 수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계된 부교재는 무엇인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교과와 관련해 어떠한 책을 읽는 것이 좋은지 방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각 대학이 수업을 진행할 때 주교재와 함께 다양한 부교재를 채택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각 학교는 이제 학기당 몇 권의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목을 맬 게 아니다. 학생 개인의 지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독서라고 한다면 그 같은 독서의 출발점이 교과 수업 시간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학생의 학업적 소양과 지적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교과 수업을 바탕으로 한 독서라는 사실을 말이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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