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삼성그룹의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이 이달 중순 예정된 가운데 삼성과 대구의 굴곡 많은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대구에서 창업한 삼성은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역사를 함께하며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 삼성상용차의 대구 철수 후 삼성과 대구는 소원해졌다. 이후 대구의 끈질긴 구애에도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다. 대구시와 삼성의 이번 협약(MOU) 체결과 제일모직 이전터 개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삼성의 창업지 대구
올해 창립 76주년을 맞은 삼성그룹의 창업지는 대구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1938년 대구 중구 인교동(현재 오토바이 골목)에 가게를 세웠다. '삼성상회'다. 이 삼성상회가 지금 국내 최대의 기업인 삼성의 모태가 됐다. 삼남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역시 대구 삼성상회 시절 태어났다. 이건희 회장 생가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삼성은 1954년 대구에 제일모직을 설립하며 대구와 본격적인 인연을 이어간다. 제일모직은 한국 섬유와 의복 대중화를 이끌며 산업 기수로 활약했다. 특히 제일모직은 당시 대구의 청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으로 인기가 높았다.
삼성의 자취는 고스란히 대구에 남아 있다. 대구 오페라하우스 야외 광장에는 호암 이병철 회장의 동상이 건립돼 있다. 대구시는 삼성그룹의 발상지인 옛 삼성상회 터에 기념공간도 조성했다.
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대구와 삼성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결별을 맞는다.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과 대구에서의 삼성상용차 퇴출이다. 1990년 초반 삼성그룹은 삼성자동차 부지로 대구 대신 부산을 선택했고 지역민들의 거센 분노에 직면했다. 삼성은 자동차 대신 상용차를 성서공단에 입주시키는 차선책을 내놨지만 2000년 퇴출됐다. 대구에서 자동차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혜택을 제공받은 삼성이 투자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상용차 사업을 포기한 것에 대한 지역민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지역 내 반삼성 분위기가 극에 달했고 삼성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다.
이후 대구와 삼성의 냉랭한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삼성의 대구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첫 투자로 기록된다. 삼성은 제일모직 공장을 구미로 이전한 후 대구 옛 제일모직 터에 500억원을 들여 1천50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를 지어 대구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기공식 후 만 5년 만인 2003년 완공되는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대구의 대표적인 공연장으로 사랑받고 있다.
◆삼성의 거듭된 투자 불발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 삼성 유치는 매번 불발에 그쳤다. 대표적인 예가 'SSLM'(현 일본 스미토모화학)에서 삼성이 투자를 거둔 것이다. 2011년 삼성전자와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합작해 성서에 만든 SSLM은 LED용 원소재(사파이어 잉곳 및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다. '삼성전자가 대구에 투자한 첫 제조업체' '대구 1호 대기업' 등 여러 수식어가 붙으며 큰 관심을 끌었다.
SSLM은 대구시로부터 성서5차산업단지 내 11만719㎡ 부지를 분양받은 뒤 2011년 11월 2만4천391㎡ 부지에 1단계 공장을 건립, 가동에 들어갔다. 당초 SSLM은 2015년까지 4천637억원을 투자해 3개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재정위기 속에 불황을 겪으면서 투자가 다소 줄어들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해 SSLM에서 손을 뗐다. 삼성전자는 2013년 11월 자사가 보유한 SSLM 지분 30.1%를 스미토모화학에 매각하면서 '삼성전자 자회사'라는 의미가 사라졌다. 삼성상용차 철수에 이은 두 번째 아픈 기억이다.
지역 한 산업 전문가는 "삼성그룹이 구 제일모직 터에 국내 창업단지를 조성키로 하는 등 대구와 삼성 사이 분위기가 과거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며 "지역에선 반삼성 정서가 사라졌고,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삼성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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