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종교 이야기/ 홍익희 지음/ 행성:B 펴냄
한 뿌리로 동일신 하느님을 믿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로마제국을 지나 십자군 전쟁, 중세 암흑기, 홀로코스트, 팔레스타인 분쟁까지 피의 역사를 거듭하고 있다. 이 책 '세 종교 이야기'는 유대교에서 뻗어 나와 각기 다른 발전 과정을 거친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역사를 살피고, 이 종교들이 어떻게 보편적인 세계 종교로 거듭나게 되었는지, 이들의 믿음과 분쟁의 역사가 세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본다. 더불어 이들 세 종교의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세 종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수에 대한 관점 차이다.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예수를 신의 아들로 보지 않고 선지자 중의 한 사람으로 본다. 반면 기독교는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본다. 이들 종교가 반목을 거듭해온 데에는 이런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종교가 되면서 예수의 죽음에 대해 로마인들을 비난하기 어렵게 되자 비난의 화살을 유대인들에게 돌렸다. 그리스도교 후손들은 유대교인들이 예수를 죽였다고 굳게 믿게 되었고, 예수를 죽인 죄인이기 때문에 미워해야 한다는 생각을 집단 의식화하기 시작했다.
기독교 문명은 포교와 전쟁을 통해 빠르게 번성했다. 이슬람 역시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뻗어나갔다. 덕분에 두 종교는 번성했지만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전쟁과 희생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대교에는 포교나 전도라는 개념이 없었다. 유대교는 선민, 곧 선택된 민족만 갖는 종교이므로 굳이 이교도에게 전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선민적이고 배타적인 태도가 유대인에 대한 박해를 가중시킨 측면도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이 점차 강성해지고 세계사의 주역이 되었지만 유대인들은 박해를 피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역사적으로 소외된 자, 그늘에 가려진 자, 사회에서 매장된 자가 유대인들이었다.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유대인들은 척박한 환경을 극복해야 했다.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정착 민족은 떠돌이 유대인을 이길 수 없었다.
유대인들은 상업에 눈을 떴고, 상업에서 축출되자 무역과 금융에 눈을 떴다. 유대인들은 자기들 공동체 내에서 활발한 정보교환을 했고, 이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특히 여기저기 쫓겨 다니느라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으나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어쩌면 필연적으로 글로벌 민족으로 성장하는 단초가 되었다.
악조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부자가 되었다. 부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극심한 빈부 차이가 발생하게 되자 가난한 사람들의 불만이 자본력을 갖춘 유대인들에게 향하게 되었다. 이 같은 반유대주의 흐름을 끔찍하게 악용한 것이 나치의 홀로코스트였다. 홀로코스트는 나치가 12년(1933~1945) 동안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로, 나치가 반(反)유대주의에 주목한 것은 그것이 유럽국가로 진출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세 종교의 기원과 탄생, 세계적인 종교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 세 종교의 같은 점과 다른 점, 반목과 갈등의 역사를 하나씩 보여준다.
지은이 홍익희는 KOTRA 직원으로 32년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살면서 각 나라의 유대인을 눈여겨볼 기회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는 무엇이 유대인들을 우수하게 만들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아브라함에서부터 현대의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유대인들의 궤적을 경제사적 관점으로 꿰뚫어 보게 되었다. 지은이는 '유대인 이야기'를 펴낸 바 있으며, 현재 배재대 교수로 있다.
483쪽, 2만2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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