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남편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자비하게 때리며 학대하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시아버지와는 사이가 아주 나쁘지요. 그런데 남편 또한 신혼 때부터 걸핏하면 잔소리로 싸움을 걸었고 그에 대항이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 때리고 발로 차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과 잔인한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폭력은 갈수록 더 자주, 과감해졌고 저도 그에 따라 공격적으로 변해 갔습니다. 이젠, 친척이나 이웃마저 신고해 주겠다고 난리입니다. 그동안은 애들 불쌍해 참아왔지만 이 불행을 견딜 수 없어 이혼을 요구하면 남편은 그때마다 손이야 발이야 빌고 뉘우치며 한동안 너무 잘해 줍니다. 그러나 같은 상황만 되면 어김없이 다시 폭력이 반복됩니다.
◇솔루션=귀하는 남편의 폭력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들과 친척들의 입장을 생각해 많은 세월을 참고 견뎌 오셨습니다. 아마 그것은 남편이 폭력 후에 언제나 용서를 빌었고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겠다고 맹세해 그냥 참고 지내온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남편의 그런 단단한 맹세와 달콤한 사랑의 표현은 진득하게 가질 못했고 다시 싸움상황이 되면 변덕스럽게 인격을 바꾸어 불행한 옛날로 돌아가 버렸네요. 남편의 이런 모습은 마치, 초라하고 얇게 만들어진 유리그릇처럼 무엇이라도 담기면 그것을 끝내 담아내지 못하고 균열이 가거나 터져버려 본래 모습이 처참하게 파괴되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결국, 남편 마음의 그릇은 언제나 얇고 불안해 외부 자극에 견뎌내는 힘이 취약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자극하며 무시하는 말과 머지않아 떠날 것 같은 냉정한 태도에 직면하게 되면 불안해 흥분하게 되고 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게 되지요. 그 결과, 내면의 불안을 투박하게 토해내는 것이 분노와 폭력으로 표현되는 것이랍니다. 더욱이 귀하의 남편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잔인한 폭력과 그칠 줄 모르는 참담한 부부싸움을 지켜본 사람입니다. 어린 아이는 그것을 지켜보며 분노와 두려움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자랐을 것입니다. 세상을 보는 그 어린 아이 눈에는 얼마나 많은 것이 왜곡되게 보였고 그 아이의 자존감을 상실하게 했을까요? 그 부모 밑에서 그 아이가 과연 사람을 제대로 존중하고 따뜻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까요. 그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 식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귀하의 남편은 지금 몸만 어른으로 자랐지, 마음만큼은 아직도 과거의 부모들이 주고받았던 부부폭력 관계가 내적으로 은둔되어 어떻게 부부관계를 형성해야 하는지를 혼란스러워하는 어린아이입니다. 그렇기에 남편은 부부갈등 상황 때 동원할 수 있는 최적의 문제해결 대처방식은 바로 폭력이라는 용수철이 자동으로 튀어오르게 하는 거지요.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폭력행동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남편은 자기의 폭력행동 배경에 대해 가족관계 속에서의 받은 영향을 탐색하여 깊은 반성과 함께 비폭력적인 부부관계를 설정해 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아내는 남편의 공격성과 폭력성이 촉발되지 않도록 심리적 환경을 새롭게 정비하고 절대로 폭력이 재발하지 않도록 부부치료와 함께 다각적인 관계개선에 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유합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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