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체결된 대구시와 삼성그룹 간 업무협약(MOU)을 대구 첨단산업 발전의 획기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역의 염원이 크다. 옛 제일모직 터의 '대구삼성 창업단지' 조성사업을 매개로 대구와 삼성이 본격적인 파트너 관계를 맺고 '대한민국 창업의 메카'를 삼성 창업지인 대구에 구현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 '삼성 캠퍼스'를
지난달 구글은 내년 상반기 서울에 스마트창업 벤처기업을 위한 '구글 캠퍼스 서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해외 신생기업 지원을 위해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세 번째로 설립되는 구글 캠퍼스 서울은 창업 초기 벤처기업을 위해 단기간의 인큐베이팅(육성) 및 멘토링 역할을 할 예정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구글 창업지원팀을 합류시켜 창업 기업가들이 구글의 각종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이 옛 제일모직 터에 설립하려는 대구삼성 창업단지는 이런 구글 캠퍼스에 대응하는 형태의 '국내 벤처창업 생태계 공간'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경북 단위가 아니라 전국 또는 해외에서도 삼성의 기업가 정신, 창업 정신을 배우기 위해 벤처기업가들이 몰려올 수 있는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 장재호 박사는 "구글 캠퍼스가 서울에 들어서면 대구는 삼성 캠퍼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구삼성 창업단지는 기술개발 지원뿐 아니라 기술융합, 금융지원, 기술자 고용 등을 연계하는 창업 서비스산업 중심지가 돼야 한다. 이번 기회를 대구에서 창업 서비스산업을 태동시키는 기회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으로서도 일방적 투자가 아니라 윈윈할 수 있는 호기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하이테크 산업에서 요구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그것이다. 모바일 등 빠르게 변하는 하이테크 산업에서는 기술을 진보시키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외부 기술이나 인력을 동참시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하이테크 캠퍼스가 그 예다. 과거 필립스사 개발 연구부였던 이곳은 10여 년 전 개방형 혁신을 도입, 100여 개 중소기업과 전 세계 80여 개국 1만여 명이 모여 협업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기술개발을 이끌어 내고 있다. 삼성이 이런 거점을 대구에 육성하자는 아이디어다.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혁신센터는 대구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의 창업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쉽게 창업하고 성공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삼성 창업단지를 경북도청 이전터에 추진되는 '연암드림앨리'(창조경제 및 정보통신기술 인재 양성 중심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대구테크노파크'대구경북디자인센터'대구스마트벤처창업학교가 들어선 동대구벤처밸리, 수성의료지구에 조성 예정인 대구소프트웨어융합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하는 창업벨트로 조성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무된 지역 산업계
지역 산업계는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창업'벤처의 주력인 정보통신업계의 기대가 크다. 대경ICT산업협회 추교관 회장(위니텍 대표)은 "대구 IT 관련 업체만 350여 개로 서울'경기 다음으로 많은 만큼 이번 삼성과 대구 간에 맺어진 파트너십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대구시는 이번 협약을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고, 삼성도 1인 창조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교류에 나서는 대기업의 면모를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판교에서 창업 후 올해 8월 대구에 사무실을 낸 DEC코리아 곽준영 대표는 "삼성 측이 벤처기업에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 갤럭시 노트의 'S펜'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제작 등이 그런 예"라고 했다.
대구의 로봇제어용 부품소재기업인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는 "삼성과 대구시가 창업단지 조성 같은 인프라 구축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장기적으로 우수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해 그런 시설을 채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구경북 첨단산업 전반으로의 '낙수효과'(落水效果'대기업 등 선도 부문의 성과가 연관산업을 통해 후발 또는 낙후 부문에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여론도 높다.
대구는 최근 수년간 섬유'기계금속 등 전통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는 한편 첨단의료산업, 소프트웨어융합산업, 로봇산업, 스마트그리드산업 등 의료'바이오'에너지 산업의 고도화에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태일 한국 OSG 회장은 "이번 협약은 지역 산업,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고급인력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이 줄어들고 중소기업들도 연구개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운백 대구시 창조경제본부장은 "삼성과의 이번 MOU는 대기업 유치라는 측면보다는 지역 기업문화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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