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體力)이 국력(國力)'임을 실감하는 때가 다시 다가왔다.
제17회 아시안게임이 19일 개막해 10월 4일까지 16일간 열전에 들어간다. 이번 대회는 1986년 서울, 2002년 부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인천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인 우리나라이기에 아시아 무대는 좁아 보인다.
이번에도 우리나라는 거침없이 스포츠를 통한 국력을 떨칠 전망이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90개 이상을 획득해 5회 연속 2위를 차지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는 '영원한 숙적' 일본을 아시아의 스포츠 잔치에서 완전히 3위로 밀어내는 일이다. 비록 스포츠계에서도 '거대 공룡'이 된 중국을 넘어서기가 어려워 보이지만, 2위 자리를 확고히 하는 것만도 대단한 성과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엘리트 국가대표선수 육성에 힘을 쏟았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36개 종목의 국가대표선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전 국민이 대표선수 육성에 힘을 기울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전국의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이 너 나 없이 실업팀을 두고 대표선수를 육성, 배출했다. 대기업 계열사와 각종 공기업도 국가적인 의무처럼 여기며 실업팀을 운영, 대표선수를 키웠다. 교실 대신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대학'고교 선수도 있다. 국가대표선수 배출은 자치단체나 기업체, 학교의 자랑이 되고 있다. 예전보다 못하지만 엘리트 선수 육성은 국가의 일이 아니라 여전히 국민 모두의 일로 여겨지고 있다.
남녀 차이도 없다. 우리나라의 메달 후보를 보면 남자 못지않게 여자 선수들이 많다. 우리나라가 각종 스포츠 대회에서 강국으로 군림하는 것은 사실 여자 선수들의 선전 덕분이다. 이번에도 많은 여자 선수들이 금메달 후보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아마 스포츠 경쟁에 프로 선수까지 가세, 내셔널리즘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스포츠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가장 인기 높은 야구경기에 한국은 최정상의 프로선수들을 내보내고 있다. 축구, 배구, 농구도 최고 기량의 프로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대다수가 군 미필인 남자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면 군 면제를 받기에 대표팀에 뽑히려고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았다.
그런데 체육 분야 전체를 놓고 보면 국가대표선수로 대변하는 엘리트 체육은 지극히 한 부분에 불과하다. 체육의 근간은 신체적인 건강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욕구의 분출구가 운동, 즉 체육 활동이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기에 체육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일컬어진다.
이런 면에서 요즘 생활체육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제도권 내에서도 생활체육이 엘리트 체육의 자리를 넘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본적으로 둘은 함께 해야 하고, 같이 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사례로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생활체육 축구연합회가 통합의 기치를 내걸었다.
중국의 근대 사상가 양계초는 '신민설'을 통해 "국민의 체력은 국력이다. 병든 국민이 모인 나라는 병든 나라이다. 튼튼한 국민은 강한 국가를 만든다. 이 세상에서 생존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우월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다"며 중국인들에게 체력을 단련해 용기를 키울 것을 촉구했다. 신민설은 국민의 강한 체력을 통한 국가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체육은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치인들이 생활체육을 이용하면서 엘리트 체육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형국이다. 국가 체육 발전에 헌신적이던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국가대표선수 육성은 정부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더는 부족한 예산을 들여 엘리트 선수 육성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운동 기피 풍조가 확산하면서 선수 발굴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선수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지도자들의 활동도 위축되는 실정이다.
이제 정부는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조화를 찾아야 한다. 정부 방침에 앞서 체육인들은 스스로 진정한 체육의 힘이 무엇인지를 숙고하고,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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