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반려동물 키우기-봉제 인형과 고양이

어렸을 적 내가 아끼던 장난감은 봉제 인형이었다. 주변엔 봉제 인형 말고도 오빠와 함께 가지고 놀던 조립식 블록 장난감이라든가, 만화 영화 속에서 나오던 비행기나 로봇 같은 멋있는 완구, 또 친구들이나 언니들이 주로 가지고 놀던 예쁜 외모의 마론 인형도 있었지만, 늘 나의 가장 최우선 순위는 솜이 가득 들어간 폭신한 동물 인형이었다. 그리고 그 봉제 인형들이 너무 좋았던 나는 인형들마다 각각 다른 이름을 붙여주었고 늘 내 침대 위에 놓아두고 같이 자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행을 갈 때마다 큰 가방 속에 인형들을 바리바리 챙겨다니곤 했다. 마치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는 냥 말이다.

아마도 어린 내가 봉제 인형을 아끼고 좋아했던 이유는 간단했던 것 같다. 봉제 인형의 생김새는 몹시 귀여웠고 봉제 인형을 만지면 언제나 마음이 편해질 정도로 폭신한 촉감과 함께 따뜻함이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다른 완구들로는 대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더 좋았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어릴 때만큼은 아니지만 인형을 가지고 다니기를 멈춘 10대 중후반 이후에도, 그리고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봉제 인형을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지금도 종종 마음에 드는 봉제 인형을 직접 사기도 하고 주변으로부터 인형을 선물 받으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커 가면서, 알게 된 부분이 있다면 내가 그렇게 봉제 인형에 끌렸던 것은 그들이 귀여운 동물 모양이었다기보다는 그것이 지닌 특별한 속성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양손에 가득 잡히는 따끈따끈한 찐빵 역시 좋아한다. 얼핏 보기엔 봉제 인형과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머릿속에 떠올리고 눈앞에 그려볼 때면 항상 찐빵의 몽실몽실하고 따뜻한 느낌이 날 기분 좋게 만들어 주곤 한다. 솔직히 그 안에 든 팥 소의 맛은 그다지 좋아하진 않기에 맛으로 따지자면 찐빵보단 왕만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따뜻함은 떨어지지만, 찐빵보다 더 몽실몽실한 촉감을 지닌 부드러운 롤케이크나 솜이 가득 들어간 보송보송하고도 폭신한 솜이불 역시 모두 봉제 인형과 같은 느낌을 지니고 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고양이는 내가 좋아하는 속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더군다나 봉제 인형이나 여타의 사물들에서 내가 받았던 느낌과 비교한다면 단연코 고양이가 월등히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다. 고양이의 온몸을 고루 감싸고 있는 보송보송한 털의 부드러움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고양이의 핑크빛 코-앨리샤의 경우엔 검은 코이지만 말이다-는 늘 촉촉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발로 손을 뻗어 발바닥을 만지면 약간의 까끌함과 함께 보드랍고 말랑거림이 느껴진다. 또한 고양이를 끌어안으면 여름이고 겨울이고 계절에 상관없이 늘 내 체온보다 조금 더 따뜻한, 적당하게 따끈한 녀석들의 체온이 느껴지며, 그의 유연성에 걸맞게 살짝 늘어지는 몸의 느낌과 동시에 약간의 감촉이 느껴지는 뼈마저 말랑거리는, 더할 나위 없는 몽실몽실한 행복이 느껴진다. 이와 함께 고양이들은 '봄은 고양이다'라는 말에 어울리는 여유롭지만 기분 좋은 나른한 기운과 함께 항상 나를 매료시키는 느긋하지만 우아한 걸음걸이, 그리고 살랑거리는 꼬리만큼이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애교까지 갖추고 있다. 이렇기에 내가 종종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지만 정말 내게 있어서 고양이란,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동물이다. 그래서 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줄곧 봉제 인형을 좋아했듯, 고양이에게서 느끼는 행복함 역시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에도 늘 행복한 기운이 함께하길 바라본다.

장희정(동물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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