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기 교정기·아크릴 진열대·더치커피 제조기…4년 새 13억 매출
남이 만든 길로 따라가기는 쉽다. 어려운 것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길이다.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함 탓이다. ㈜엔젤테크(www. yhabes.com) 한진우(32) 대표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편을 택했다. 엔젤테크에서 만든 제품들은 볼펜용 필기 보조기부터 더치커피 제조기, 조립식 투명 진열대 등 얼핏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한 대표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지 않고 기존 제품의 불편함을 해결한 '아이디어형 상품'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위기 만났을 때 '발상의 전환'
엔젤테크는 신생 기업이다. 2009년에 설립해 가장 먼저 만든 제품은 필기 교정기. 볼펜과 연필 등에 끼워 쓰는 제품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 기업은 설립 첫해에 직원 1명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17명이 근무할 만큼 성장했다. 총 매출도 2009년 2천700만원에서 지난해 13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올해는 24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한 대표는 2008년 칫솔과 빨대, 유아용 필기 교정기를 개발하는 한 벤처업체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했다. 열정만 갖고 입사했지만, 이 업체는 문제가 많은 곳이었다. 회사 상황이 어려워서 1년간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제품 포장부터 투자계획서와 기업재무제표 작성까지 20대 중반의 인턴사원이 정규직원도 하기 힘든 일들을 혼자서 해내야 했다. 결국 회사는 망했고, 한 대표는 밀린 월급의 대가로 필기 교정기 특허권을 양도받았다. 그는 "그때 끙끙대며 했던 일들이 지금 회사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망한 회사에서 얻은 아이디어
첫 제품 아이디어도 망한 벤처기업에서 얻었다. 연필에만 부착할 수 있었던 유아용 필기 교정기를 성인도 쓸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발전시켰고, '엔젤그립'이라는 제품을 완성했다. 다음 난관은 판매와 유통이었다. 한 대표는 국내 전시회 수십 군데를 찾아다니며 제품을 홍보했고, 대형마트 본사를 무작정 찾아가서 문구류 코너에 필기 교정기를 넣어달라고 설득한 적도 있었다. 20대 대표의 열정이 통했는지 대형마트 납품에 성공했고 판매가 한결 수월해졌다.
사실 진짜 위기는 가정에 있었다. 한 대표는 24세에 결혼해 25세에 아빠가 됐다. "사고 친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아버지께 손자를 일찍 보여드리려고 결혼을 서둘렀다"고 웃으며 말했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20대 초반에는 어머니가 암으로 수술했다. 그는 "그때 돈 벌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이를 꽉 물고 일했다"고 설명했다.
◆"삶을 편하게 만드는 상품 계속 만들 것"
어느 순간 회사의 성장이 멈췄다. 3천원짜리 필기 교정기를 1천 개 팔아도 매출은 겨우 300만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치약이나 세제처럼 소모성 제품이 아니어서 고객들의 재구매율도 낮은 편이었다. "어느 날 전시회장에 갔다가 아크릴 진열대를 봤어요. 좀 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조립식으로 만들면 들고 다닐 때 편리하겠다는 생각했고, 마침내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것이 강화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조립식 진열대다. 이때부터 한 대표는 아이디어 제품을 꾸준히 만들기 시작했다.
엔젤테크를 성장 가도에 올려놓은 제품은 더치커피 제조기인 '더치 큐'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도 이 제품이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고 '대박'이 나면서부터다. 그는 생활의 불편함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기존 제품에서 불편함과 문제점을 발견하면 이를 보완해 싼값에 제품을 내놓는 식이다. "다른 제품의 더치 커피 드립 장치를 살펴보니 불편한 점이 몇 가지 있었어요. 거름망 역할을 하는 필터가 잘 찢어지는데 필터만 교체하는 데도 1만원이 넘게 들더라고요. 또 호리병 모양의 유리병은 예쁘긴 해도 씻기 힘들어요." 아이디어 제품의 힘은 '디테일'이다. 성인 남성 주먹이 들어갈 만한 크기로 제조기 병을 만들었고, 웬만해서 깨지지 않는 강화 플라스틱을 소재로 선택했다.
엔젤테크는 20일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있는 새 사옥으로 이사한다.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1년 반 전만 해도 "매달 직원 월급을 주기에도 빠듯했다"고 한 대표는 말했다. 그는 "대출을 받았으면 받았지 직원 월급이 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일 망하더라도 오늘 하루 더 배운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꾸려왔다. 아, 금요일이 월급날인데 월요일에 입금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고 털털하게 웃었다. 엔젤테크의 목표는 뭘까. "앞으로 눈 마사지기나 전자 물파스처럼 아이디어 의료기기를 많이 개발하고 싶어요.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하는 아이디어 상품을 만드는 게 우리 기업의 목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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