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일평생 외도한 남편의 귀가

◇고민=남편은 젊어서부터 외도에 빠져 집은 나 몰라라 하고 밖으로 돌며 자기 좋은 것만 하고 살았습니다. 무뚝뚝하고 일만 하는 저보다는 살갑고 잘해주는 여자가 좋다고 집 나간 사람이었지요. 아이들조차도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모진 생각으로 공부만 하며 성장하였습니다. 저도 그간 혼자 아이들 키우며 사느라 한이 맺혀 가슴이 몽땅 타버린 것 같았지요. 그런데 얼마 전 환갑이 넘어선 남편이 용서를 빌며 집으로 보따리를 싸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내쫓으라고 난리이고 집에도 오지 않습니다. 저 역시 예전 일이 용서되지 않고 볼 때마다 화가 치솟아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는 심정입니다. 밥 먹는 것도 보기 싫고, 자는 것도 보기 싫어 미칠 지경입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솔루션=가장으로서 책임을 마다하고 방탕한 생활로 얼룩진 삶을 살아온 남편의 귀가는 난감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남편은 일신의 쾌락을 위해 가족을 버렸으니 지금 가족의 마음 문이 닫힌 것은 당연하다 여겨집니다. 아이들도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동분서주하며 사는 것을 보았으니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로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존재는 아예 포기하고 없는 듯 여겨 자체적으로 견뎌오며 살아온 것 같고, 귀하 역시 남편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고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자식들이 장성한 후 이제 귀하는 몸이라도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는데 생각지도 않던 남편이 바깥 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돌아온 일이 생겼네요. 그러나 막상 다시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귀하의 마음은 남편에 대한 증오와 불신의 감정으로 안절부절못하여 불행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군요. 이러한 현상은 남편이 충분한 사과 없이 최소한의 잘못만 빌었기 때문에 아직도 충분한 '용서'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집에 들어온 후에도 어쩔 수 없이 한집에 살기는 하나, 일거수일투족 모두 보기 싫고 못마땅하게 여겨져 함께 사는 그 자체가 또다시 새로운 고통으로 여겨지리라 봅니다. 이런 귀하의 마음을 읽자면, 남편이 미운 것은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사는 것 그 자체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아내의 심적 고통과 희생에 대해 남편이 충분한 마음의 보상과 철저하게 용서를 비는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어찌 되었건, 귀하는 자식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허용한 마음도 보였습니다. 그것은 오직 귀하의 선택이었고 그것은 앞으로 남편에 대한 귀하의 '바람'(want)이 들어 있는 것이라 보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귀하는 주저하지 말고 남편에게 바라는 것을 말하는 게 필요합니다. 여자로서 사랑받지 못한 아쉬움과 아내의 자리를 빼앗긴 배신감과 분노의 감정도 충분히 말하세요. 기왕 다시 살고 있는 남편과 불행한 마음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억울했던 마음들을 모두 쏟아 놓으세요. 그로 인한 남편의 '충분한 사과'를 받아 내시고, 귀하 또한 '용서'의 과정을 갖기를 권합니다.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갖는다면 비 온 뒤의 땅이 더 굳어지듯이 앞으로 귀하의 여생은 다시 꽃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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