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이 추석을 겨냥한 큰 영화들의 틈바구니에서 250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간 다양성 영화의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의 300만 기록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인디뮤지션의 활동을 다룬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은 가진 것 없는 청춘이 좌절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우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이야기이다. 이번 주에는 비슷한 듯 다른, 또 하나의 음악을 소재로 하는 다양성 영화 '프랭크'가 개봉한다.
'프랭크'가 '비긴 어게인'과 닮은 점은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지키는 젊은 뮤지션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아일랜드 출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 유명배우가 출연해서 눈길을 끈다는 점, 늘 꿈꾸지만 녹록지 않은 세상을 헤쳐나가는 주인공의 성장담이라는 점이 닮았다. 하지만 '프랭크'는 '비긴 어게인'과 매우 다른 결과 색깔을 지니고 있다.
이 영화에는 엉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노예 12년'으로 연기파 배우의 입지를 굳건히 한 마이클 패스밴더가 주인공 프랭크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영화가 거의 끝날 즈음이 되어서야 간신히 볼 수 있다. 뮤지션을 꿈꾸는 평범한 관찰자 존이 언제나 가면을 쓰고 다니는 뮤지션 프랭크와 우연히 만나서 관계를 맺고, 그리고 그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를 이해하는 과정이 영화를 끌어가는 중심 이야기이다.
존은 뮤지션을 꿈꾸지만 특출한 경력도 재능도 없다. 그는 우연히 인디밴드의 키보드 주자 자리를 채우게 된다. 밴드의 정신적 지주인 프랭크는 샤워할 때조차 커다란 가면을 벗지 않는 이상하고 신비로운 남자다. 밴드 멤버 그 누구도 프랭크의 얼굴을 본 이가 없지만, 프랭크는 멤버들의 존경과 사랑을 열렬히 받는, 매우 너그럽고 사랑스러운 존재다. 존은 밴드 앨범 작업과정을 트위터와 유튜브에 습관적으로 올린다. 외로운 모태 솔로 존의 팔로어 숫자는 처음에는 형편없었지만, 밴드 음악 덕에 점점 팔로어 숫자가 늘어가고, 유튜브 조회 수가 올라간다. 프랭크 밴드는 이제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이 되어 간다. 대중들의 관심으로 인해 음악 축제에 오를 기회까지 얻지만, 음악 철학을 놓고 존은 다른 멤버들과 충돌한다.
존과 프랭크. 이들은 몹시도 다르다. 적당히 화목하고 평범한 가족과 함께 생활하던 심심한 직장인이자 아마추어 음악인인 존은 대중에게 자신의 창작품이 알려지고, 거기에 따른 유명세를 꿈꾼다. 반면, 프랭크는 철저히 자신만을 위한 음악을 한다. 악기가 아닌 것에서 소리를 만들어내고, 가사는 거침이 없다. 정해진 틀에서 살지 않고, 세속의 기준을 신경 쓰지 않는 프랭크의 자유분방함이 존의 영혼을 파고들었지만, 둘은 갈등하고 충돌하게 된다.
프랭크의 가면 속 본 모습을 보게 된 존은 또 다른 놀라운 점을 알게 된다. 존이 기대했던 프랭크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기괴한 가족의 모습, 감당하지 못할 충격, 그런 게 당최 없다.
프랭크의 가면은 너무나 평범해서 자신이 없는 이들에게 보내는 용기의 탈이다. 기상천외한 우스운 가면을 뒤집어쓰고, 남에게 보일 우스꽝스러운 나를 상상조차 하지 않은 채, 내 심장이 시키는 일을 할 때, 그때 진정한 내가 보일 것이다.
못나고 아프고 좌절한 청춘에게 보내는 한 다발의 편지인 듯, 마구 아무렇게나 내지르는 프랭크 밴드의 웃기는 화음이 사랑스럽게 들린다. 망가진 별난 가면을 쓰고 용기를 내어 내 마음을 고백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다.
정민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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