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가을, 걷고 싶은 길] 앞산

빙글빙글 자락길…반겨주는 단풍나무·꽃무릇

대구 지역의 허파 역할을 하는 앞산에도 가을이 물들고 있다.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자락길이 산 곳곳에 조성돼 있다.

▷앞산 자락길=고산골에서 출발해 청소년수련원까지 이어지는 15㎞의 숲길이다. 자락길은 산을 수직으로 오르는 기존의 등산로와는 다르다. 산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기존의 등산로와는 다르게 등고선을 따라 산 2, 3부 능선에 조성돼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앞산순환도로에서 약 70~100m 위에 걸려 있는 자락길로 일반 임도형 콘크리트길은 배제하고 흙길만 찾아 연결했다. 수평으로 골과 골의 산책로와 오솔길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힘들이지 않고 숲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앞산공원관리사무소 한준욱 시설담당은 "오솔길을 따라 경치가 아름다운 지점을 연결했기 때문에 숲을 마음껏 즐기면서 산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앞산 자락길에는 고산골 입구에서 운영되고 있는 숲유치원, 공룡 발자국 흔적과 함께 1㎞에 이르는 맨발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앞산 자락길을 걷다 보면 고려 태조 왕건의 유래와 관련 있는 사찰을 볼 수 있는데, 왕건이 후백제 견훤에게 패하여 탈출하다가 3일간 숨어 지낸 '은적사'와 도망친 뒤 이곳에서 군사를 추슬러 쉬어 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임휴사'가 있다.

1구간 메타세쿼이아길(고산골~수덕사'0.9㎞'18분)을 비롯해 2구간 맨발산책길(고산골 수덕사~맨발산책길'0.9㎞'18분), 3구간 이팝나무길(맨발산책길 입구~케이블카'2.3㎞'50분), 4구간 호국 선열의 길(케이블카~충혼탑'1.1㎞'22분), 5구간 꽃무릇길(충혼탑~안지랑골'1.3㎞'26분), 6구간 소원성취길(안지랑공~매자골황룡사'1.4㎞'32분)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길은 5구간 '꽃무릇길'이다. 초입은 단풍나무 숲길이다. 수백m까지 이어진다. 오르막에는 식생매트(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토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쿠션도 돼 걷기에 그만이다. 단풍나무에 이어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리기다소나무, 느티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그 가운데 생강나무도 보인다. 수목원이 따로 없다. 나무마다 팻말이 붙어 있어 나무에 관한 공부도 할 수 있다.

또 걷는다. 꽃무릇이 한창이다. 한두 그루가 아니다. 꽃무릇 군락 속에서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 여느 꽃과 달리 잎이 없다. 꽃무릇은 다른 말로 피안화(彼岸花)라 하기도 한다. 꽃이 완전하게 진 후 잎이 자라나 겨울을 보내고 여름에는 자취도 없이 지내다가 가을이 되면 다시 붉을 꽃을 피우는데, 그 모습이 현생의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의 경지에 오른 모습과 같기 때문이다.

꽃무릇 단지 내 체형별 체험시설에서는 한국인 표준체형(허리둘레)을 연령별로 체험하면서 건강과 재미,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다. 쉬어갈 수 있는 나무 의자도 곳곳에 있다.

숲해설가 김은숙 씨는 "전국에 올레길이 많지만 앞산 자락길은 접근성 면에서 단연 최고다. 두 사람이 같이 걸으면 소통이 된다"고 했고, 김수경 숲해설가는 "이 코스는 단풍나무와 느티나무, 아까시나무 등 식생이 다양하다. 연인과 가족과 함께 천천히 걷기에 딱 좋은 길"이라고 말했다.

▷앞산 카페마을 녹색길=앞산에는 커피향이 나는 길도 있다. '앞산 카페마을 녹색길'이 바로 그 길이다. 남구 대명9동 옛 중앙정보부 근처 남명삼거리에서 대명천주교회까지 1.3㎞ 구간인데, 50여 개의 각종 카페가 산재해 있다. 걷다가 커피 생각이 나면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도 앞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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