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 24시 현장기록 112] 가을 산행, 이것만 알고 가세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다.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일교차가 심해 건강관리에 유독 신경을 써야 한다. 가을 하면 풍요의 계절이요, 수확의 계절이라 과일 등 맛난 음식들이 많이 나는 계절이다. 그중에 으뜸은 버섯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잦은 비로 인해 버섯 생산량이 많다고 한다.

버섯을 채취하려고 가을 산행을 하는 사람이 부쩍 늘면서 이와 관련된 112신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의 경우 9월 현재 등산으로 인한 조난이나 부상 때문에 112로 신고한 건수는 총 30여 건으로 일일 평균 2, 3건의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9월 초 추석을 이틀 앞둔 저녁 무렵 112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112 경찰입니다."

"예, 여기 문경인데요. 버섯 캐러 산에 올라왔는데 너무 깊이 들어와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신고자님 건물이나 불빛 등 보이는 것이 있나요?"

"아니요.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신고하는 조난객도 접수하는 경찰관도 이런 상황이 오면 참 난감하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급선무는 조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신고자님, 정확한 위치가 확인되지 않아서 그러는데, 혹시 스마트폰인가요?"

"예, 스마트폰입니다."

"그럼 GPS 기능을 작동시켜 주세요."

"GPS? 그게 뭐예요?"

접수 경찰관은 GPS 작동 방법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을 해주어야만 했다. 그렇지만 신고자는 휴대전화 기기 작동법에 대해서 익숙지가 않은 듯 자꾸 이상한 말만 하면서 "추워요, 빨리 와주세요"라는 말만 하면서 전화기가 끊긴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된 모양이었다. 산이나 깊은 골짜기, 지하건물 등 통화 장애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통화된 기지국 주변으로 일단 수색을 하기로 했다. 112순찰차, 119구급대원, 5분 타격대, 자율방범대 등 수십 명이 일렬로 산 아래서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무려 수색 4시간 끝에 오후 10시쯤에 산 7부 능선에서 신고자를 발견하고 무사히 귀가시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산악 조난은 발견될 때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한 사건이다. 그리고 밤에는 수색하는 사람의 안전을 고려해 장시간 수색할 수 없어 자칫 조난자의 생명 위협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조난 신고 사례를 경험 삼아 산행할 때 유의해야 할 몇 가지 기본사항에 대해 조언을 하고자 한다. 산행에서 갑작스러운 위험에 처했을 때 침착하게 아래에서 언급할 몇 가지만 항상 기억하고 대처해 주었으면 한다.

첫째, 조난에 대비해 다른 사람과의 연락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휴대전화기를 소지하고, 배터리도 여유분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특별한 상황이 없으면 휴대전화기를 꺼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등산 목적지, 방향, 하산 시간 등을 미리 알려두는 방법도 있다.

둘째, 휴대전화 작동 방법을 미리 알아 두자. 스마트폰에는 GPS, 와이파이(WIFI) 등 정확한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들이 있으나 노인분들이나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은 이 기능들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기지국 위치 정보는 오차 범위가 넓고 특히 산악에서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아 조난 위치를 특정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간단한 GPS 작동 방법을 알아두면 조난 위치를 특정해 신속한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국립공원 등 등산객이 많이 찾는 산에는 산악표지판이 있는 곳이 많다. 112신고 시 산악표지판에 표시된 위치정보나 전신주 번호, 국가지점번호를 불러주어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셋째, 혼자 산에 가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산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갑작스러운 위험에 부닥치면 구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여러 사람이 가더라도 흩어지지 말고 행동반경이 항상 다른 사람 눈에 보이는 곳에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조난을 당했을 때 자꾸 이동하지 말고 눈에 잘 띄고 평평한 자리를 찾아 구조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 신고를 하고도 불안해 자꾸 이동을 하면서 구조대와 숨바꼭질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데, 위험한 행동이다. 그리고 등산할 때 식수나 약간의 음식, 비상상비약, 보온의류 등을 챙겨가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112신고센터를 견학하는 학생들이나 교육생들에게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언제 어디서 여러분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릅니다. 갑작스러운 위험이 여러분 앞에 닥쳤을 때 크게 심호흡을 세 번 하고 침착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십시오.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하고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 나를 신속히 구조해서 위험해서 벗어나게 해줄지를 차근차근히 생각해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정상훈 경북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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