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평화 도시 대구' 선언은 대구의 기업하기 좋은 도시 여건을 대외에 알림으로써 기업 유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다.
이달 1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을 성사시켜 전국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대구가 이번에는 수도 서울에서 지자체 최초로 지역 노사정 평화 대타협 선포식을 개최함으로써 '창조경제 선도도시'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자리매김해나간다는 구상에서 이번 협약식이 탄생했다.
◆노사 안정이 경쟁력이다
현재 대구가 처한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기업이 없고 영세'중소기업 비중이 대다수인 대구는 고용률과 청년실업률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다. 수도권이나 부산, 인천에 비해 교통 접근성이나 물류 이동성이 떨어지다 보니 기업이 선호하는 산업기반으로 부족함이 많다. 역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지만 뾰족한 성과를 보지 못한 데는 이런 탓이 크다.
이런 가운데서도 대구가 2011년에 시 출범 이래 처음으로 1조원 투자유치 실적을 올리는 등 경제 성과를 달성한 이면에는 대구지역의 안정된 노사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는 '노사가 대립하기보다는 상생한다'는 공감대가 지역 기업 노사간에 뿌리내려 있다.
대구 기업 중에는 타 도시가 부러워할 만한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일군 곳이 많다. 대구시가 1990년부터 제정해 매년 5월 수여하는 '노사화합상' 수상 명단에는 평화발레오(1992)를 시작으로 경창정공(2002), 삼익THK(2007), 영진(2009), HSL일렉트로닉스(2011), K.S택시(2012), 제이브이엠(2013), 삼익정공(2014) 등 대구 50여 개 중견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00년부터 시상한 '노사문화 우수기업'에도 무림에스피(2010), 아진피앤피(2011), 경창산업(2011) 등 50여 개 업체가 선정돼 있다.
회사 설립 이래 단 한 번의 노사분규가 없었던 기업들도 대구에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산업 자동화 설비를 생산하는 삼익THK는 1960년 창업 이래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노사협력증진과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업체는 올해 4월과 9월 '삼익의 날'에 직원 600여 명과 야구 단체 관람을 하고, 회사 내에서 힐링콘서트를 여는 등 직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삼익THK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기 전에 회사가 한발 앞서서 직원들의 소리를 경청하자는 창업주의 인간존중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2009년 노사화합상을 수상한 한국파워트레인은 1993년 설립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원 복지 여건을 갖췄다. 이곳 김수환 노조위원장은 "직원 자녀 교육비 전액을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지원해주는 등 회사 측의 남다른 노력들이 높은 생산성과 쾌적한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경창산업의 차달준 전무는 "자동차부품회사로서 분규가 없다는 점은 생산에 차질이 없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고객사에서 우리 회사를 믿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했다.
상신브레이크 경우 매년 반복된 파업으로 2010년 직장폐쇄까지 몰렸다가 위기를 공감한 노사가 2011년 노사협력 상생 프로그램을 실천하면서 매출액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업체는 이 공로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 파트너십 프로그램 우수사례 경진대회'(2011) 최우수상을 받았다.
◆'노사청정도시' 위한 대구의 노력
대구의 열악한 산업 여건은 거꾸로 대구시가 노사협력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강한 동기 부여로 작용했다.
시는 2008년 무분규 실현을 기치로 대구고용노동청 앞에 '노사화합의 탑'을 건립하고, 안정된 노사협력 관계를 대구 경제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노사문화 1등지역 만들기 운동'을 전개했다.
노사화합의 광장 조성 등 노사협력 분위기 확산에 주력한 결과 최근 10년간 대구의 노사분규 발생은 현저히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시는 다양한 선진 노사정책 마련에도 앞장섰다. 고용'노사민정 협의회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고용 증진' '노사 관계 발전' '차별 개선'일터 혁신' '대구 상생 고용포럼'과 같은 분과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혁신적인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축했다. 2012년에는 산업재해 근로자 의료 서비스 확충을 위해 대구산재병원을 건립했고,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건강서비스를 위한 근로자건강증진센터도 문을 열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노사협력이 잘되는 도시'로 인정을 받게 됐고, 내륙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투자유치에 나설 수 있는 저력을 갖추게 됐다.
권영진 시장은 "대구 노사정 평화 대타협으로 산업 평화를 이룸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아이디어'창업'성장'글로벌화로 이어지는 창조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최병고 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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