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먹고살기 바빠 학교에 다니지 못했습니다.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해 70년 가까이 눈뜬장님으로 살았습니다. 자식들은 대학교육까지 시켰지만 나는 글을 몰라 까막눈으로 지냈습니다. 이제라도 한글을 배우게 된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큰 행운입니다. 글을 아니까 세상이 밝아졌습니다. 글을 배웠다는 것이 나에게는 꿈만 같은 일입니다. 이 마음은 세상 누구도 알지 못할 겁니다. 공부를 하니 인생이 즐겁고, 자신감도 생기고, 참 행복합니다."
25일 칠곡보 생태공원에서 막을 올린 '경상북도 평생학습박람회' 개막식에 참석, '나의 인생'이란 제목의 자작시를 낭독한 최영순(70) 할머니의 얘기다.
최 할머니처럼 경북도 내에는 한글을 깨치지 못한 이른바 '까막눈'이 12만1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 내 전체 인구의 5.2%다. 전국 평균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경북도는 2010년부터 '평생학습 경북'을 선언하고 '까막눈 퇴치 사업'을 평생 학습의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여러 복지 사업이 있지만 '문맹 퇴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12개 시군에서 14개 성인문해교육 지원 사업을 했고 올해도 칠곡군 등 11개 시군에서 12개 '성인문해교실'을 열고 있다. 이를 통해 수백 명의 문맹자들이 까막눈에서 탈출했다.
한글 시를 지어 평생학습박람회 초청 인사까지 된 최영순 할머니 역시 마을회관 성인문해교실에 찾아온 '한글 선생님'을 통해 글을 깨쳤다. 글을 깨친 최 할머니가 걷고 있는 배움의 길은 거침이 없다. 최 할머니는 글을 안 뒤 산수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와 시도 배운다. 최근엔 연극까지 하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 최영순 할머니와 함께 초청된 김옥순(79) 할머니도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글눈을 떴다. 김 할머니는 2011년 까막눈 탈출을 소재로 한 백일장에서 상까지 받았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평생학습은 도민의 행복은 물론 경북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며 "인생 100세 시대에 도민 모두가 언제 어디서나 배울 수 있도록 평생배움터 경상북도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최경철 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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