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배경으로 한국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 개인사를 풀어내는 연극 작품이 있다. 대구 출신 극작연출가 김재엽(41) 세종대 교수가 만든 '알리바이 연대기'(극단 드림플레이)다. 아버지, 형, 그리고 김재엽 자신의 눈으로 현대사의 순간들을 바라본 다큐멘터리 형식 연극이다. 다음 달 4일(토) 오후 5시, 5일(일) 오후 3시 수성아트피아 연극축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극작가 김재엽과 만났다.
◆대통령과 나, 현대사와 개인사 교차
작품 1막은 1930년생인 아버지 김태용 씨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10년 전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막내 아들 김재엽에게 자기 인생의 알리바이를 고백했다. 알리바이의 또 다른 말은 '명분'일 수도, '변명'일 수도 있다. "재일교포 출신인 아버지는 해방 이후 한국의 혼란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어요. 이방인, 경계인으로 살며 계속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작품 속에는 아버지가 인생에서 직접 마주했거나 간접적으로 거친 대통령들이 등장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통령은 박정희다. "청년기를 구미에서 보낸 아버지는 박정희와 그의 형 박상희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봤어요. 인연도 있습니다. 장교가 된 아버지가 육군포병학교로 발령을 받았는데, 그때 박정희는 장군이 돼 포병학교장으로 있었어요."
또 현재 경북대 도서관에 가면 아버지가 책을 기증한 태용문고가 있는데, 맞은 편에 박정희 자료실이 있다. 여기서 김재엽은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 그래서 작품의 원래 제목은 '나의 대통령을 만나다'였다.
2막에서는 83학번 형과 1973년생 김재엽이 전두환을 시작으로 1980년대부터의 대통령들을 겪는다. 김재엽은 "역사교과서에는 빠져있는 개인사가 오히려 진짜 역사를 말해줄 수 있다"며 "국가의 정치권력, 특히 국가의 주군으로 행세하는 대통령이라는 존재와 맞닥뜨리며 개인의 인생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구 배경 현대사 연극, 대구 첫 공연 기대
'알리바이 연대기'는 수성아트피아 연극축제를 계기로 대구에서 첫 공연된다.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공연에서 현대사와 개인사를 교차시키는 서사의 완결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재엽은 "대구의 20세기가 배경으로 나오는 만큼 대구에서 공연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며 "다양한 세대가 와서 봐주시면 좋겠다.
김재엽은 대구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2006년 '오늘의 책은 어디로 갔을까'로 서울 대학로 연극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지난해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고, 한극연극평론가협회의 올해(2013년)의 연극 베스트3으로 선정됐다.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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