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위풍당당 삶을 위한 문해교육 박차 가해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헌법에 평생교육이 명시되어 있는 나라이고,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도입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글자를 읽을 수 없거나 글자를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성인이 260만 명이나 된다. 경상북도에도 '까막눈'이라고 하는 12만 1천여 명의 비문해자가 있다.

정부가 '문해의 달'로 정한 9월 현재,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는 전국 학습자는 5천561명이며 특별히 이달을 문해의 달로 정하고 전국 4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해, 위풍당당 삶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늦깎이 한글을 깨친 이들의 시화전을 열고 있다.

경북도도 25일부터 칠곡보 생태공원에서 막을 올린 '경상북도 평생학습박람회'에서 최근 문맹에서 탈출한 할머니들의 자작시 낭독회를 열었다. 올해 고희를 맞은 최영순 할머니는 마을회관에 성인문해교실을 연 한글 선생님을 통해 까막눈을 떴고, 노후를 배움의 열정으로 채우고 있다. 한글을 알고 난 뒤, 새로운 세계를 접한 최 할머니는 노인복지를 강화해달라고 떼쓰거나, 물리치료를 해달라고 아플 새도 없다. 연달아 산수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와 시를 배우며 연극에도 참여한다. 그야말로 노후를 위풍당당한 삶으로 엮고 있는 것이다.

최 할머니처럼 경북도내에는 한글을 깨치지 못한 이른바 '까막눈'이 아직도 10만 명이 넘는다. 경북도 인구의 5.2%로 전국 평균과 비슷하다. 2010년부터 '평생학습 경북'을 선언하고 경상북도평생교육진흥원을 설립하여, 대구대에 운영을 맡긴 경북도는 '까막눈 퇴치 사업'에 가속도를 더해야 한다. '문맹 퇴치'는 더 이상 글을 몰라서 숨어지내도 되지 않는 상태로 변화시켜주기에 인권과 연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경북도가 지난해 12개 시군에서 14개 성인문해교육 지원 사업을 했고 올해도 칠곡군 등 11개 시군에서 12개 '성인문해교실'을 열어서 매년 수백 명씩 까막눈 탈출을 돕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 속도로는 너무 늦다. 12만 명이 까막눈을 그 속도로 탈출하려면 100년도 더 걸린다. 다른 모든 복지에 우선하여 성인문해교육사업에 프로그램운영비를 지원하고, 기관운영비를 지원하여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맹률 제로 경북도로 만들어가야 한다. 대상자가 나오기 어려운 곳은 마을이든 기업이든 출장 교육, 배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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