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이 종반으로 접어든 가운데 한국은 라이벌 일본을 따돌리고 종합 2위를 굳히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굵은 땀방울과 코치진의 헌신이 이뤄낸 결실이다. 대구경북 출신 지도자들도 탁월한 지도력으로 한국의 금빛 레이스에 톡톡히 이바지하고 있다.
개인'단체전을 석권한 양궁 여자 리커브팀의 류수정(44) 계명대 감독은 1년 동안 체중이 6kg이나 줄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던 탓이다. 여자 리커브팀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중국'일본의 거센 도전에 잇따라 밀려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방에서 12년 만에 열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새로 도입된 세트제 방식도 '세계 최강' 한국팀의 금메달 행진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류 감독은 "국민의 뜨거운 성원 덕분에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며 "선수 시절 느꼈던 아쉬움을 모두 털어버렸다"고 기뻐했다.
대구 경화여고 재학 중 국가대표에 뽑혔던 류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코치를 맡아 개인'단체전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모교인 계명대에서는 1990년부터 양궁부를 이끌면서 정창숙'이장미 등 국가대표 궁사들을 키워냈다.
한국이 금 8개, 은 11개, 동 7개를 따낸 '효자 종목' 사격에서도 지역 출신 지도자들이 맹활약했다. 목표였던 금메달 7개를 웃도는 성적이다.
고교생인 김청용이 개인'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 남자 공기권총 대표팀은 국가대표 명사수였던 김선일(57) 코치가 지도했다. 그는 이번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진종오와 함께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바 있다. 대구백화점 사격단을 1996년부터 이끌어오다 올해 6월 퇴임한 김 코치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려고 국가대표팀은 더는 맡지 않을 생각"이라면서도 "올림픽'아시안게임의 효자 종목인 사격에 대한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철(48) 코치는 메달 색깔이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여자 10m 공기소총 단체전 결과를 못내 아쉬워했다. 22일 치러진 이 종목에서 한국은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이 경기 직후 장비 문제로 실격처리되는 바람에 은메달로 발표됐으나 결정이 번복되면서 결국 동메달로 정정됐다. 대구공고 출신으로 2001년부터 울진군청 사격팀을 맡은 그는 "중국 팀의 기록은 세계사격연맹도 세계신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판정이었다"며 "2년 뒤 올림픽에서는 실력으로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구기종목에서는 류중일 야구 감독에 이어 주인식(51) 정구 남자 감독이 30일 금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정구 남자팀은 이날 단식에서 김형준이 금메달, 김동훈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경시청 정구팀을 이끄는 주 감독은 정구에 걸린 7개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챙겼던 2002년 부산 대회 때도 남자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바 있다. 성주 출신으로 경주공고를 졸업한 주 감독은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출발이 좋아 이번 대회 목표인 5개의 금메달이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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