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튀니지에서 과일 노점을 하던 26세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분신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점으로 생계를 꾸리던 이 청년은 경찰이 허가 없이 장사를 한다며 팔던 과일을 빼앗자 미련 없이 그 자신을 불살라 버렸다. 가뜩이나 극심한 생활고와 장기 집권, 과도한 공권력에 억눌려 있던 튀니지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청년의 장례식에서 국민들은 "오늘은 우리가 너를 위해 울지만, 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을 우리가 울게 할 것"이라고 외쳤다.
한 달 가까이 지속된 시위는 정권 퇴진으로 이어졌다. 23년 권좌를 지켜온 벤 알리 당시 튀니지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언론은 이 혁명에 튀니지에 가장 흔한 꽃 재스민을 따와 '재스민혁명'이라 이름 붙였다. 아프리카나 아랍권에서 쿠데타가 아닌 민중 봉기에 의해 정권을 축출한 첫 사례였다. '재스민혁명'은 이집트를 비롯해 알제리, 시리아, 요르단 등 인근 독재 국가들에 들꽃처럼 번졌다. 이른바 '아랍의 봄'을 몰고 온 것이다. 북한 같은 독재국가들에도 퍼지지 않을까 기대를 키웠다.
홍콩에서 '완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반환될 때 인정받은 자치권을 중국 정부가 힘으로 제압하려 한 것이 발단이다. 시위는 17세 소년 조슈아 웡이 시작했다. 웡은 지난달 26일 3m 높이의 철문을 뚫고 정부 청사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체포되자 "10년 후 초등학생들이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역설,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시위대는 경찰의 최루탄에 맞서 제각각 우산을 들었다. 현장은 형형색색 수만 개의 우산이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홍콩 피플'을 외친다. '홍콩계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는 항변이다. 언론은 이를 두고 '우산혁명'이라 작명했다.
시진핑의 중국이 양날의 칼 위에 서 있다. 시위를 강경 진압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홍콩의 정치적 독립을 인정하자니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가 흔들린다. 일국양제는 중국이 대만과의 통일에 있어 적용하려는 모델이다. 티베트나 위구르 등 다른 독립을 요구하는 지역에 미칠 파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산혁명'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차이나의 봄'으로 피어날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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