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레슬링의 에이스로 떠오른 류한수(26)의 어머니, 김향숙 씨는 아들이 금메달을 목에 건 1일 목이 잠겨 말을 잇지 못했다. 대구로 출발하기 전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경기장 근처 식당에선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오늘이 있기까지 고생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전국체전을 따라다니며 나름대로 뒷바라지하느라 힘들었는데 아들이 뜻을 이뤄 너무 대견하다"며 "경기장에서 아들로부터 뽀뽀 받기도 처음"이라고 자랑했다.
류한수는 이날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 결승전에서 마쓰모토 류타로(일본)를 2대0으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미 세계 정상에 서는 감격을 누려봤지만 아시안게임은 생애 처음이었던 까닭에 기쁨은 두 배였다.
대구 경구중 1학년 때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레슬링에 입문한 류한수는 오랜 시간 '2인자'의 설움을 겪었다. 경북공고'경성대 시절에는 전국체전 금메달, 200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차지하며 유망주로 꼽혔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성인 무대에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60kg급 금메달리스트이자 이번 대회 71kg급과 75kg급 우승자인 정지현, 김현우 등에게 늘 가로막혔다.
류한수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9월 헝가리에서 열린 2013년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다. 이 대회 74kg급에서 1위에 오른 김현우와 함께 한국 선수로는 14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류한수는 당시 금메달을 딴 후 매트 위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선보여 국민적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그는 지난해 12월 아시안게임 대표 1차 선발전에서 정지현마저 꺾으며 자신이 이 체급 최강자임을 확인시켰다.
뒤늦게 선수로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그의 다음 타깃은 2년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다. 류한수는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하루하루 강훈련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였는데 죽기 살기로 운동한 것을 이제 보답 받은 기분"이라며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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