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란법' 통과 앞두고 대구지역 공직사회 술렁

"특혜·접대문화 사라질 것" "공무원 이유로 죄인 취급"

국회에서 표류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 대해 대구지역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부패와 비리를 막아 공직사회가 한층 더 투명해 질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한편에서는 과잉금지와 연좌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구시 한 6급 공무원(45)은 "이 법은 적용 범위 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공무원이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나아가 우리 사회를 보다 투명하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고 했다. 대구 달서구가 지역구인 윤재옥 국회의원은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세상이 엄청나게 변할 것이다. 공직사회에 잔존해 있는 이른바 스폰서 관례나 접대문화가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된다"며 "일부 공무원들이 그동안 공직자로서 부수적으로 누린 특혜를 모두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법조계는 대체로 "과하지 않느냐"면서도 김영란법의 취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검사가 건설업자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스폰서 검사', 변호사에게 벤츠 승용차를 받은 '벤츠 검사' 등 논란이 됐기 때문에 관련 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45)는 "잘못된 관행에 물든 몇몇 사람으로 인해 법조계 전체가 불신을 사는 일이 종종 있다. 김영란법이 적용되면 이런 관행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다"고 했다.

대구지검 한 관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입증 부담이 사라지니 수사하기는 편해질 것이다"고 했다. 대구지법 한 판사는 "뇌물수수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대가성 판단 여부인데 김영란법이 통과되면 판단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왕기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뇌물수수 사건은 대가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해 무죄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공직사회가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구청의 경제 관련 부서 한 공무원은 "법에는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공직자가 자신이나 가족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했다"며 "이 때문에 가족 중에 구청의 공공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내가 해당 구청에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A(32) 씨는 "학교를 옮길 경우 학교 근처에 전셋집을 얻어야 하는데 집주인이 가르치는 학생의 부모라면 문제가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전세난을 겪는 때에 혹시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고 했다.

대구의 한 공기업 간부는 "내가 모르는 사이 아내가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선물이 100만원 이상 되면 나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자진 신고를 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해도 가족이 어디서 어떤 금품을 받는지 하나하나 다 알 수 있나, 딸이 남자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아도 문제가 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고 했다.

구청 9급 공무원인 B(28) 씨는 "고등학교와 대학 동창을 만나 3만원 이상의 식사를 얻어먹거나 명절 선물을 받아도 과태료 처벌을 받는다"며 "이렇게 되면 누구를 편하게 만날 수 있겠나, 공무원이라는 죄로 개인 관계가 단절될 것이다"고 걱정했다.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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