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인자라는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 최고위급 실세 3인방의 깜짝 방문 이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남북이 2차 고위급 접촉에 합의하는 등 경색됐던 남북 관계가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북 실세 3인방의 깜짝 방문이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는 것은 그동안 남북이 얼마나 대화에 목말라 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2인자의 방한은 책임 있는 당국자 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렇지만 그가 남한을 찾은 자체가 남북 간 평화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역시 새겨야 한다. 북은 이들의 방문과 별개로 천안함 폭침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고 있고, 남한 정부에 대한 비방도 멈추지 않고 있다.
역사적으로 남북 관계는 해빙과 냉전을 되풀이해 왔다. 북한은 겉으로는 대화를 내세웠지만 내심 칼을 갈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북 실세들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만발하는 것은 성급하다. 설령 남북정상회담까지 진전된다 해도 과거 두 차례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을 뿐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북은 정상회담을 통해 위장된 평화로 실속만 챙기고 뒤론 핵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가 3차례에 걸친 핵실험이었고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핵 폐기 논란이다. 일각에선 5'24 대북제재해제 주장도 나온다. 5'24 조치의 본질은 북한에 의해 빚어진 천안함 폭침 사건이다. 북이 이에 대한 아무런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남한이 먼저 이의 해제를 운운하는 것 역시 전략적 사고가 부족한 탓으로 본다.
북한은 최고위급 방한 시 언급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상이 되건, 최고위급이 되건, 실무자가 되건 만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은 합의부터 이루고, 실천하고,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상호 대화가 갑작스런 단발성 방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례화를 통해 예측 가능해져야 남북통일도, 평화도 기대할 수 있다. 북 최고위급의 갑작스런 방문에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 과거를 되돌아보며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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