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들이 '복지 디폴트(지급불능)'를 예고하고 나섰다.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가 돈이 없다며 내년도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어제 선언했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떠넘기려 들자 교육감들이 사실상의 복지 디폴트를 예고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예산 확보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보편적 복지 정책을 편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의 산물이다.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3조 9천여억 원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은 2조 1천여억 원에 달한다. 올해까지는 국비'지방비에서 일부를 부담했으나 내년부터는 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으로 전액을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교육청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교부금은 지난해 40조 8천680억 원에서 올해 39조 5천206억 원으로 되레 줄었다. 사실 어린이집은 교육이 아니라 보육이고, 보건복지부 소관이기 때문에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교육청은 가뜩이나 예산난에 허덕이고 있다. 교사들이 명예퇴직을 희망해도 돈이 없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육료를 지출하려면 낡은 시설 개'보수 비용이나 학교 운영비를 줄이는 등 학교환경개선 사업비용을 삭감하는 수밖에 없다. 피해는 교육청이 관할하고 있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셈이다.
이번 '복지 디폴트' 논란은 예고된 것이었다. 갈등의 진원지는 물론 정치권이다. 2011년 민주당은 무상 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등 3무 정책을 들고 나왔고 이명박정부가 맞장구를 쳤다.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은 대책 없이 0~5세 무상보육안을 관철시켰다.
예산 없는 복지 확대는 탈을 낳을 뿐이다. 이번 선언도 그래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역시 지난달 3일 '급증하는 복지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복지 디폴트를 예고했다. 갈등은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 풀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일이다. 이를 전제로 복지를 조정하든, 세금을 올려 재원을 마련하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