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주민 주도 도시재생' 꿈만으론 될 수 없다

도시는 한 나라의 경쟁력이자 후대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그러하기에 짜임새 있는 도시, 깨끗한 도시,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도시를 만들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미래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도시를 예측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구가 어떻게 변하는지, 산업이 어떻게 변하는지 염두에 두고 도시 쇠퇴에 따른 문제를 인식하여 도시를 재창조하면 된다. 모든 도시는 생물과 마찬가지로 한 사이클을 그리기 때문이다.

도시는 생성'성장'쇠퇴의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한다. 그동안 도시는 도시화'산업화를 통한 급격한 성장을 하였으나 오늘날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산업구조의 재편으로 왕성하던 산업도시는 자생력 상실과 삶의 질이 악화되는 변화를 겪고 있다. 도시공간과 삶의 양식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물리적'사회적'경제적 쇠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경제로는 21세기 감성의 시대를 선도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식과 기술의 바탕 위에 문화의 창의성과 기술적 창의성을 융합시켜 문화예술과 경제가 접목된 창조경제로 일자리와 사회통합 등을 창출해야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그래서 도시의 활력을 되찾고 재생의 기반을 구축하여야 한다.

도시재생 패러다임의 기본 골격은 공동체 의식 상실과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지역 특성과 환경이 무시된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도시를 지양하고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삶터(living), 일터(working), 놀이터(playing)를 조성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에 대구 남구는 2008년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 업무를 총괄하는 도시경관과를 설치하여 2010년 '앞산맛둘레길', 2011년 '문화'예술 생각대로' 등 중심 시가지 재생에 이어 2013년 주거지 재생을 위한 '2000배 행복마을 만들기' 사업과 함께 2014년 도시재생 선도사업인 '대명행복문화마을 조성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오면서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재생사업은 사업 추진 목적이 명쾌해야 한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와 참여로 생활의 활력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주변 지역에 파급효과가 있으며 오래도록 지속 성장 가능한 사업들이 발굴되어야 한다. 주민참여 의식이 미비한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는 것보다는 미리 도시대학 및 선진지 답사로 도시재생사업의 필연성에 대한 위기를 함께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명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참신한 주민 아이디어가 구슬처럼 모여야 한다.

둘째, 사업 전 단계를 컨트롤할 수 있는 포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물리적'사회적'경제적 차원의 다양한 영역을 동시에 다루는 포괄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관 거버넌스 네트워크와 강력한 추진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모인 구슬을 잘 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 저항 관리에 중점적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민원에 대한 사전 예측과 해소 방안 강구, 그리고 님비(NIMBY)'핌피(PIMFY) 극복을 위한 시설의 분산 배치 등 사회적 디자인 개념 도입으로 사람 중심적인 도시공간을 조성해야 지역 주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도시재생에서는 무엇보다도 지자체는 지원에 그쳐야 하며 주민조직인 주민협의체가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실패한다.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바라보는 것만으론 바다를 건널 수 없듯이 주민 주도 도시재생도 꿈만으론 될 수 없다. 나부터, 지금부터, 쉬운 것부터 주민 주도의 한국형 도시재생으로 미래를 창조하자.

김진걸/대구 남구청 도시건설국장·건축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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