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머니가 이란에 관광을 다녀오셨다. 사실 이란은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가장 친절하고 따뜻한 나라로 정평이 나 있는 국가다. 참말로 그런가 싶어 어머니에게 소상히 물어보니 어머니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의 유럽이고 미국이고 중국이고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란처럼 그렇게 친절하고 순박하고 정이 많은 나라는 처음이더라는 증언이었다.
어머니가 이란의 한 도시를 소요하다 보니, 한 히잡을 쓴 여고생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고 한다. "한쿡에서 오셨어요?" 아이의 유창한 한국말에 놀란 어머니. "어, 너 한국말 어떻게 할 줄 알어?", "한쿡 좋아해요. 한쿡 가서 살고 싶어요. 한쿡 어디서 오셨어요?" 순간 이 아이가 뭘 물어보는가 싶어 당황한 어머니, 사실대로 '대구'라고 대답하자 이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놀라운 말. "대구! 대구! 샤이니의 키! 2PM의 준수! 준수!"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K-POP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중 '키'라는 친구가 대구 출신이며, 또 다른 아이돌 그룹 2PM의 멤버 중 '준수'라는 친구가 역시 대구 출신이라는 이야기이다. 며칠 뒤에 나를 통해서 그 아이의 암호와 같은 이야기를 완벽하게 해독하신 어머니, 한마디 하신다. "한류가 대단하기는 대단한가 봐."
우리 대구가 모르는 혹은 모르는 채 해버린 지역 출신의 스타들은 사실 '키'나 '준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최근 20, 30대들의 소통 창구로 각광을 받고 있는 팟캐스트를 살펴보면 우리 지역 출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팟캐스트 '나는 친박이다'는 대구 출신의 독립영화감독 남태우와 언론인 이쌍규의 작품이다. 각종 팟캐스트 랭킹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했던 인기방송 '이이제이'는 안동 출신의 이동형이 그 중심이다. 이들은 지금 전국구 스타가 되어서 팟캐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세를 누리지만, 글쎄, 오히려 출신 지역에서 이들은 무명인사에 가깝다. "나 안동 안 내려가. 안동 가면 아무도 날 안 알아줘! 아, 아버지한테 끌려가면 안 되는데. 제발 내 책 좀 사줘." 이동형의 이 너스레가 우습다가도 지역 출신의 기지가 넘치는 방송인이 오히려 지역에서 외면당하고, 서울로, 서울로 밀려가야만 하는 현실을 떠올리면, 뭔가 씁쓸한 뒷맛이 없을 수가 없다.
얼마 전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전태일 장학금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김광석 거리는 이미 성황이라고 하니, 조영래 공원도 어딘가에 자그마하게라도 생겼으면 한다. 내친김에 대구에서 봉준호 청소년 영화제도 열고, 김제동 개그대회도 열었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우리가 히잡을 뒤집어쓴 이란의 여고생보다는 더 지역의 스타들을 잘 알고, 챙기고 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가 남이가?
박지형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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