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의 패션외교 ', '미모와 세련된 매너', '한국을 배려한 우아한 패션' 등의 표현은 올해 7월 초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였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에 대한 우리 언론의 찬사이다. 이는 현재 중국이 '소프트 외교'(soft diplomacy)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소프트 파워'(soft power)란 문화'외교'교육'스포츠 등을 통하여 상대국의 마음을 사로잡아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능력으로서 군사력'경제력 등 물리적 힘에 의존하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는 대조적 개념이다. 오늘날 강대국들은 '강제력'인 하드 파워와 '매력'인 소프트 파워를 결합시킨 이른바 '스마트 파워'(smart power)를 향상시킴으로써 지역적 또는 세계적 패권을 확보'유지하려고 한다.
최근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발판으로 해'공군력 중심으로 하드 파워를 크게 증강시키는 한편, 미국을 비롯하여 서방에서 제기하고 있는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고, 자신이 주장하는 '평화발전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하여 소프트 파워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매력 공세'(charm offensive)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매력 공세를 전개하기 위하여 활용하는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공자학원'이다.
중국의 공자학원은 2004년 세계 최초로 서울에 '공자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 123개 국가에 465개 공자학원과 그보다 규모가 작은 713개 공자학당이 개설되었다. 공자학원이 설립을 시작한 지 불과 10년 만에 이처럼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체계적인 소프트 파워 정책과 대규모 재정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 설립되어 있는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산하의 국가한판(國家漢辦)이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소요 예산의 20~30%를 중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인민일보 보도에 의하면 시진핑 주석은 "공자학원이 지난 10년간 국가 간 우의 증진에 크게 기여하였고, 세계에 기쁨을 선물하였으며, 앞으로도 더 넓은 범위에서 문명여행을 선사할 것"이라고 하면서 공자학원을 활용하여 소프트 파워 외교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공자학원의 실무 책임자인 국가한판의 마젠페이(馬箭飛)는 "2015년까지 공자학원 500개, 공자학당 1,000개까지 확대하여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처럼 중국의 해외 언어'문화사업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체계적인 조직 관리와 과감한 재정 투자로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적극적인 매력 공세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사한 언어'문화사업을 펼쳐온 미국'프랑스'영국'독일'일본 등 강대국들을 자극함으로써 이제 세계는 소리 없는 소프트 파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소프트 파워와 언어'문화사업은 어떠한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의 소프트 파워는 K팝'드라마'영화 등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韓流)가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2012년 전 세계가 주목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계기로 세계 언론은 한국'한국어'한국문화 등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세계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해 10월 '세종학당재단'이 출범하였는데, 이로부터 '세종학당'은 한국어의 세계화와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소프트 파워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세종학당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언어'문화정책을 크게 보강하여야 한다. 현재 세종학당은 세계 55개국의 130개소에 설치되어 있지만 그 숫자는 공자학당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며, 예산은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의 세종학당에 대한 체계적 관리의 부족, 유능한 교사에 의한 교육의 전문성 제고, 교육과정 운영상의 미숙, 홍보의 부족 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와 국민의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그 참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변창구/대가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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