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양성 지닌 통합체, 한글 나눔으로 만들어가자"

다문화, 국내 외국인 등 8,500만명 사용 10위권

한글공동체/ 이상규 지음/ 박문사 펴냄

이 책의 저자는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경북대 국어국문학과의 이상규 교수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방언조사원, 울산대학교 교수 및 동경대학교 대학원 객원 연구교수를 지냈다. 국립국어원 남북 지역어 조사 사업의 추진위원장과 겨레말큰사전 남측 편찬위원을 역임했고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회 이사를 지냈다. 방언학의 권위자로 통한다.

이 책 는 바르고 품격 높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나누어 우리 문화를 융성시키고, 문자가 없는 이웃 나라와 종족들의 구어 자산을 한글로 기록해 보호하고 차별적 공동체가 아닌 한글을 통한 통합적 공동체로서 한글과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도록 다양성을 지닌 그 자체로 통합하자는 의미에서 한글 나눔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한글로 소통할 수 있는 이들은 남한의 4천800만, 북한의 2천800만을 합쳐 약 7천600만 명과 해외 교민 700만, 200만 남짓의 국내 다문화 가족과 국내 거주 외국인 등을 합쳐서 약 8천500만 명에 이른다. 2010년 통계를 바탕으로 볼 때 한글은 세계 10위권으로 프랑스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주요 언어이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남북이 표준어와 문화어라는 서로 다른 규범의 통제권에 들어 있으며 우리 내부적으로도 한글파와 한자파의 갈등이 있으며 영어공용화 주장까지 나오는 판이다. 그뿐 아니라 인터넷과 SNS를 통해서는 피 묻은 날 선 언어의 파편들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우리 한글을 둘러싸고 있는 살벌하고 경박한 현실이다. 저자는 흙탕물로 넘실대는 저 거친 언어의 바다를 깨끗한 언어로 정화시키고 개인 간의 언어의 차등을 줄이면서 언어의 다양성을 살리는 일을 기획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바르고 품격 높은 우리말과 글을 활용하여 우리 문화를 융성시키고 또 여력이 있다면 문자가 없는 이웃 나라와 종족들의 구어 자산을 한글로 기록하는 등 한글 나눔의 시대를 만들어가는 한글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한글공동체는 그러한 의미에서 국지적 경계가 아닌 한국의 새로운 문화 변경을 열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한글의 겉과 속을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우리 문화의 금자탑, 한글을 다룬다. 3부에서는 한글 지식'정보의 생산과 관리를 다루고 마지막 4부에서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한글공동체 구상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저자는 한글공동체의 요체를 한글 나눔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민족지도자들은 한글을 통해 민족 상상의 공동체로 결집하면서 한글을 지키는 일이 곧 나라를 되찾는 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해 한글을 지키는 시대가 아니라 한글을 나누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공동체라는 말은 인문학적 의미라기보다는 다분히 사회과학적인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을 통한 통합적 공동체로서 한글과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우리를 다양성을 지닌 그 자체로 통합하자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다. 442쪽, 2만5천원.

이동관 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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