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창설 당시 회원국은 51개였으나 지금은 193개로 늘어났다. 이 중 상당수는 독재국가 또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는 나라들이다. 미국 출신으로 이스라엘에 귀화해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도리 골드의 분류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 중 민주국가는 1993년 기준 184개국 중 중 75개국뿐이다. 이는 회원국들 사이에 공통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사실 때문에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지 윌은 유엔을 '국제 공동체'라고 부르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어떤 집단을 공동체라고 부르려면 공통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가치를 가져야 하는데 유엔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도리 골드의 평가는 더 과격하다. 유엔은 전체주의 압제에 대항해 싸운 국가들이 세운 국제기구이지만 이제 유엔은 압제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를 포기하고 제3자 입장에서 분쟁을 조정하겠다는 안이한 태도로 후퇴하면서 스스로 그 존재 의미를 포기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유엔은 '쓸데없는 기구'가 됐다는 것이다.('공부하는 보수' 이상돈) 이런 주장들은 과장되긴 했지만 유엔이 국제 문제에 효과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유엔무용론'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단적인 예가 유엔인권위원회의 블랙코미디이다. 인권위원회는 지난 2003년 카다피의 인권탄압이 일상화되고 있던 리비아를 의장국으로, 2004년에는 30만여 명의 비 아랍계 주민이 희생된 '다르푸르 학살'의 주범 수단을 이사국으로 선출했다.
유엔이 북한 김정은을 인권침해 혐의로 국제형사법정에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엔결의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국의 반대로 초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미 그런 조짐은 나타났었다. 지난 3월 유엔인권이사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할 당시 30개 회원국이 찬성했지만 중국 러시아 등 6개국이 반대하고 11개국이 기권했다. 그래서 이번 결의안에는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독재국가들의 반대를 의식, 인권침해 가해자로 김정은의 이름을 적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김빠진 결의안에 김정은이 겁을 먹을지 의문이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