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예산철'이 다가왔다. 정부에서 편성한 예산은 국회에 제출되어 정기국회 기간 중 심의 확정된다. 예산규모는 올해 376조원이다. 중앙과 지방, 수많은 공기업이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해는 특히 임기 첫해를 맞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사업 추진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예산 확보를 잘하면 정치적 기적도 이룰 수 있다.
국비 확보는 거의 전쟁 상황과 같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투력을 잘 갖추고 전략을 잘 수립해야 한다. 국비 확보를 위해 지자체장이 중앙부서를 직접 방문하여 설명도 하고, 지역 국회의원을 초빙해 협의회를 개최하면서 협조 요청을 한다. 그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사업 담당자가 사업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예산 당국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이다.
중앙 행정기관 경제관료를 영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예산관료 출신 김규옥 전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을 경제부시장으로 영입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배국환 전 기재부 차관을 정무부시장에 임명했고, 울산시는 이태성 전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을 경제부시장으로 영입했다. 중앙관료 영입이 항상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 공무원 조직 내부의 보이지 않는 불만도 많다. 중앙부처에서 온 사람은 지역 실정을 잘 모르며 예산 확보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고, 지역 공무원 애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를 든다. 지방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올라갈 자리가 줄어드는 데 대한 불만도 클 것이다.
대구시에서 근무하였던 모 중앙부처 인사가 지역 공무원들의 폐쇄성과 소극적 자세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린 경험 있는 외부 인사를 과감히 영입해야 한다. 다양한 경험과 인맥을 살려 지역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외부 영입은 공직사회의 경쟁도 촉진시킬 것이다. 필요하다면 외국인도 특별 채용하여야 한다.
대구경북에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많은 사업이 있다. 국비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공동으로 지역 출신 의원들과 예산정책협의회를 하면서 정책 공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부서 한두 번 방문으로 필요한 예산이 확보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단체장의 열의와 지역 국회의원 협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담당 공무원의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이다. 필자가 농림부 시장과장 재직 시의 일이다. 대구 북부 농산물 도매시장만으로는 늘어나는 거래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동부지역에 도매시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였다. 약 340억원 규모의 사업 규모를 확정하고 1차적으로 40억원의 국비를 지원하였다. 그러나 대구시는 몇 년 후 국비를 반납하고 농산물 도매시장 건설사업을 포기하였다. 대구시 재정이 부족하고, 건설 예정지에서 문화재가 발굴되었다는 등의 이유였다. 담당 공무원의 추진 의지 부족을 질타하면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잘못된 대구시 판단에 크게 실망하였다.
금년 초 북부 농산물 도매시장을 돌아보았다. 시장은 포화 상태이고 정상적인 도매시장 기능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농산물의 공정거래는 뒷전이고 교통체증, 환경 악화 등 많은 부작용을 보았다.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세계적인 대도시는 대부분 대규모 농산물 도매시장을 갖추고 있다. 미국 뉴욕의 헌츠포인츠 시장, 프랑스 파리의 헝지스 시장, 일본 도쿄의 오타시장이 그렇다. 250만 대구시민과 270만 경북도민의 먹거리를 공급해 줄 농산물 도매시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지역의 미래를 논한다는 것이 부끄럽다. '예산 폭탄'은 아니더라도 '예산 수류탄'이라도 확보하자. 공무원의 실천 의지가 핵심이다. 예산 확보를 위해 유력 정치인에게 매달리는 '과거 관행'을 조속히 포기하자.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김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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