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사람] 최병희 '라팡' 대표

현미로 만든 순수 쌀빵…건강한 먹거리 도전장

쌀이 넘쳐나고 있다.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내년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쌀 과잉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쌀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은 없을까? 수입 밀가루 대신 국내 쌀로 빵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 최병희(41) '라팡'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00% 국내 쌀로 빵 만들어

라팡(라이스 빵)은 순수 국내산 쌀(현미)로 빵을 만드는 기업이다. 최 대표는 "빵의 재료가 꼭 밀가루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바뀌어야 합니다. 밀가루보다는 쌀이, 쌀도 백미보다 현미가 건강에 좋잖아요. 쌀로 만든 빵을 만드는 업체가 몇몇 있지만 밀가루를 섞습니다. 100% 쌀로만 빵을 만드는 업체는 저희 회사뿐입니다."

최 대표가 쌀빵을 내놓은 것은 2011년.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다. 쌀빵을 먹어본 손님들은 밀가루빵에 비해 더 쫄깃하고 밥을 먹은 것처럼 속이 편하다고 했다. 우리 입맛에 맞는 식감과 담백하고 깔끔한 맛도 쌀빵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밀가루로 만든 식빵 한 봉지를 혼자 다 먹는 사람은 없어요. 쌀빵은 주섬주섬 뜯어먹다 보니 다 먹었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최 대표는 특히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과 임신부, 당뇨환자,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최 대표는 "구미에서 빵을 사러 대구까지 온 손님을 보고 쌀빵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라팡에서 생산되는 빵은 현재 300여 종류. 쿠키, 케이크도 만들고 있다. 최고 인기 빵은 버터와 계란, 우유를 넣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통밀, 호밀 등을 넣고 만든 '건강빵'. "판매대에 올려놓기 무섭게 팔려나가는 것을 보고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했다.

라팡은 그날 만든 빵은 그날 소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몸에 좋지 않은 방부제와 표백제 등을 넣지 않기 때문이다. 팔다 남은 빵은 단체에 기부한다. 현재 대구 지역에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는 "전국적인 체인점을 갖고 나아가 일본, 중국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했다.

◆원가 6배 들지만 제대로 경쟁하고파

최 대표는 쌀빵 사업을 하기 전까지 마케팅컨설팅 관련 일을 했다. "프랜차이즈 업체 컨설팅을 하다가 수입 밀을 수출하는 거대 곡물사의 농단과 수입 밀가루의 폐해도 알게 됐어요. 그 대안이 쌀빵이었어요."

쌀 전문가를 만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전국 최고 제빵사를 스카우트했다. 쌀은 점성이 강해 쌀을 익히면 떡이 되었다. 3년여의 연구 끝에 점성을 떨어뜨리고 발효를 돕는 한약재를 달인 약초 물을 넣는 등 라팡만의 빵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문제는 원가였다. 쌀빵은 수입 밀가루로 만든 빵에 비해 원가가 무려 6배나 됐다. 그렇다고 경쟁사에 비해 비싸게 받을 수도 없었다. "비슷한 가격에 팔다 보니 원가에 비해 마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전국적인 체인망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소비자의 평가를 받기 위해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만촌점은 대형 제빵 체인점인 P사 옆에 문을 열었다. "다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자신 있습니다. 경쟁이 있어야 발전하는 거니까요. 저의 이런 노력이 상대 업체가 자극받아 더 나은 빵을 만들면 소비자도 좋지 않겠습니까?"

◆정부 지원 바라

최 대표는 쌀빵은 쌀 농가를 지키고 정부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지만 안전한 먹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쌀 소비를 위해 주류(막걸리)와 떡, 과자, 한식 세계화 등에는 지원을 하고 있는데 쌀빵 사업에도 지원을 해줬으면 합니다."

최 대표는 정부가 쌀 소비의 대안이 없다며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결국 손해보는 것은 국민이잖아요. 쌀 농가도,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국민도 살릴 수 방법이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 쌀로 만든 웰빙 빵으로 아침을 책임진다면 우리의 식탁은 더 풍요롭고 건강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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