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를 빙자한 외유성 출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사실상 외국 관광을 떠날 때마다 언론의 지적과 주민들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때만 되면 무슨 병이 도진 것처럼 앞다퉈 비행기에 오른다. 욕을 하든지 말든지 배짱을 내밀고 떠나는 것이다. 마치 "이런 맛도 없으면 지방의원 무슨 재미로 해먹느냐"는 태도이다.
의원들이 양식 있는 유권자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이 같은 떳떳하지 못한 행보를 되풀이하는 것은 그래도 공천만 받으면 또 당선이 된다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까. 지역 경제가 전례없이 어려운 가운데 포항시의회가 8천만 원의 예산을 들인 해외연수를 계획해 안팎에서 볼멘소리가 불거져나오고 있다.
포항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와 도시건설위원회 의원 14명이 오는 27일부터 8박 10일 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3국을 둘러보는 해외연수를 떠난다는 것인데, 공무원까지 6명을 대동한다고 한다. 일정도 대부분 런던의 무슨 식당 방문과 센강 유람선 및 스페인 광장 견학 등 관광성 일색이다. 출발을 열흘 남짓 앞둔 15일에야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요식행위를 가졌다니, 유럽의 어느 지방의회 건물 안에라도 한번 들어가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외에 나가서 유서 깊은 명소와 오래된 의회 건물이라도 둘러보고 안목을 넓히는 게 나쁠 일이야 있을까. 문제는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선진 지방자치문화 벤치마킹이라는 원래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일반 관광이나 다름없는 일정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지방의회와 사전 조율을 해서 의사당을 방문하고 그곳 의원 및 의회 관계자들과 만나서 지방자치 발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돌아와서 그 결과를 의회 운영과 의원 활동에 반영한다면 누가 뭐랄까.
'무늬만 해외연수'인 외국 관광에 예산을 낭비하니 말썽인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내실있는 일정에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이라도 마련해서 시민들의 검증을 받는 게 순서가 아닐까. 이번 포항시의회 의원들의 해외 나들이 또한 그래서 유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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