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직 의사 경험 살려 내시경 시술기구 개발

파인메딕스

내시경 시술기구 전문 개발업체인 (주)파인메딕스는 현직 의사가 직접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순수 국산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파인메딕스의 내시경 시술용 나이프 제품. (주)파인메딕스 제공
내시경 시술기구 전문 개발업체인 (주)파인메딕스는 현직 의사가 직접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순수 국산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파인메딕스의 내시경 시술용 나이프 제품. (주)파인메딕스 제공
전성우 칠곡경북대병원 대장암센터 교수
전성우 칠곡경북대병원 대장암센터 교수

벤처기업이 5년 동안 망하지 않고 유지될 확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제조공장까지 운영한다면 생존은 물론 성장으로까지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신생기업으로서 5년 만에 매출 30억원을 눈앞에 둔 기업이 있다. 내시경용 시술기구를 개발'생산하는 ㈜파인메딕스는 의사가 병원 현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의사 기업가

파인메딕스는 '의사'가 출범한 메디컬 기업이다. 이곳 대표는 전성우(사진) 칠곡경북대병원 대장암센터 교수다. 1996년 의사 일을 시작한 전 대표는 2004년 소화기내과를 맡으면서 내시경을 이용했다.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이 많아지면서 이와 관련한 기구들도 사용이 잦았다. 하지만 전부 수입산이었던 내시경 시술기구를 보면서 전 대표는 '국산화'를 고민했다.

그는 "2005년에 내시경점막박리술(ESD)을 시행하면서 사용하는 의료기기가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우리가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제품을 직접 사용하면 더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진의 내시경시술 실력은 이미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수준. 하지만 해외 학회에 나가면 국산 제품이 없어 수입산을 들고나가 설명해야 하는 현실에서도 전 대표는 '국산화'에 대한 도전 의식을 가졌다.

전 대표는 정부의 창업과제를 따와 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ESD)용 수술칼을 개발을 시작했고 제품 특허를 받으면서 2009년 파인메딕스를 설립했다. 파인메딕스가 처음 개발한 ESD용 나이프(ClearCut Knife) 출시는 국내 의료계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 올림푸스 등 외국산 업체가 국내시장을 장악하던 중에 부품에서 기술까지 100% 국산제품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국산화의 기수

ClearCut Knife는 식도, 위장, 대장 등에 발생한 조기 위암 또는 선종 등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ESD용 칼이다. 사용용도에 따라 길이가 1.5~2㎜로 점막 밑 용액 주입 후 절개 시 안전한 I형, 갈고리 모양으로 걸어서 절개, 절제가 가능한 L형, 넓은 사각모양으로 천공을 예방할 수 있는 Q형, 넓은 접촉 면으로 확실한 절제가 가능한 O형 등 4종류다.

전 대표는 파인메딕스를 설립하면서 해외 제품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의료인의 요구 사항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도 병원 현장에서 업무를 보는 전 대표님의 개인 아이디어와 주변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품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ClearCut Knife의 경우 지혈기를 동반 탑재해 지혈이 용이하도록 설계했으며, 나이프를 통해 물을 공급해 출혈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의사들의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또 기존 국산제품이 수입 ESD용 나이프와 사용방법이 달라 선뜻 사용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손잡이형이 아닌 주사기형 방식을 채택했고 테프론 튜브, 회전형 로프, 정밀 부품 등 ESD용 칼에 들어가는 부품을 100% 국산화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과 협력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구기계부품연구원과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개발에 성공했다"며 "현재 아산병원과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등 10여 개 종합병원 및 70개 병원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모델로 삼는 기업은 '보스턴사이언티픽'이다. 수십 종의 내시경 시술기구를 생산하는 이곳은 매출이 2조원에 이른다. 전 대표는 "우리도 내시경 시술기구만으로 매출을 올리는 메디컬 전문 기업을 목표로 한다"며 "특히 우리 제품은 하나에 여러 기능을 접목한 '멀티화'를 개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수출로 성장견인

파인메딕스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잡을 계획이다. 그만큼 해외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다. 파인메딕스는 지난 2012년 6월 유럽 CE인증 획득을 통한 해외 시장 공략도 준비 중이다. 또 R&D역량 강화를 위해 대구첨단복합단지 입주 계획도 세웠다.

해외 수출에 있어서도 새로운 마케팅을 세웠다. 현직 의사인 전 대표가 직접 해외를 찾아 이용객에게 사용방법을 설명하고 교육하기로 한 것.

전 대표는 "내시경 도구의 경우 한 번 손에 익숙한 제품을 계속해서 사용하기 마련이다"며 "처음 사용하는 이들에게 교육을 통해서 사용법을 숙지시켜 놓으면 제품을 계속해서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해외 수출만큼 국내 의료진이 국산 제품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무조건 국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품에 대한 장단점을 환류해주면 그만큼 국산 기기가 발전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라며 "의료기기 산업이 창조경제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제품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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