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축사 고친다며 국고 보조금 빼먹은 농장주들

축사 시설 현대화사업을 하면서 정부 보조금을 받아 가로챈 축산 농장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구경찰청은 22일 시공업체와 짜고 공사비를 크게 부풀려 보조금을 빼돌린 안동의 양돈농장 대표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군위의 모 양계농장 대표 B씨 등 48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국고 보조금을 빼돌려 무려 147억 원에 달하는 재정 손실을 입혔다는 점에서 일부 축산 농민들의 비리가 심각한 수준임을 재차 확인시켰다.

축사시설현대화 사업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영세 축산 농가 지원 대책으로 지난 2009년부터 시행해온 사업이다. 축산 농가가 공사비 20%를 자부담하면 총 공사대금의 30%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보조금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해 서류를 조작하거나 시공업자와 짜고 보조금을 가로챈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어서 국고 보조금이 아예 눈먼 돈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 축산업을 하는 현역 상주시의원은 관련 서류를 조작해 8천여만 원을 타내 가로챘다가 검찰에 적발돼 구속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상주시 공무원은 축산업자를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해준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군위군의 양계농은 대규모 기업농임에도 형제들 명의로 여러 개 쪼개 마치 전업농인 것처럼 속이고 보조금을 받아 가로챘다가 들켰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축산 농가는 감독 업무를 맡은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비전문가라는 점을 노리고 사기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몇몇 미꾸라지가 일으킨 흙탕물로 인해 수많은 축산 농민이 거꾸로 피해를 입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만연해 있다는 점에서 수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관할 지자체도 이들이 챙긴 국고 보조금을 반드시 전액 환수해야 한다. 전문 지식이 없는 축산담당 공무원이 겉핥기식으로 현장을 확인하는 현행 관리체계도 완전히 뜯어고치고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 재정을 축낼 경우 해당 금액을 모두 환수하고 부정하게 얻은 이익의 최대 5배를 부가금으로 받아내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서둘러 법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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