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나 MP3를 통해 음악을 듣는 요즘 세대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음반이나 레코드판은 대개 LP(Long Play)를 뜻한다. 약어 그대로 오래 재생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한쪽 면에 3~5분가량의 한 곡만을 담았던 SP(Standard Playing Record)나 SP보다는 긴 7~8분 정도의 곡을 한 면에 담았던 EP(Extended Play)와 대비된다.
이들은 크기와 분당 회전수에서도 구분된다. 1898년 독일 그라모폰이 처음 개발한 SP는 지름 25~30㎝에 78회전, 1948년 미국 콜롬비아사의 표준규격 LP는 30㎝ 33⅓회전, 1949년 미국 RCA 빅터사의 EP는 17㎝에 45회전이다. EP는 시장 동향을 살피기 위해 LP 앨범 전에 먼저 발매해 싱글판이라고도 했고, 가운데에 구멍이 크게 뚫려 있어 도넛 판이라고 불렀다. 비틀스 전 멤버 조지 해리슨이 1976년에 발표한 앨범 '33⅓'은 바로 LP 음반 회전수였다.
LP의 출현은 획기적이었다. 교향곡이나 협주곡을 한 장의 음반으로 만들 수 있었고, 대중음악에서는 뮤지션을 예술가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LP 앨범과 앞 뒷면 표지 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경지를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져서다. SP시대 명반도 적지 않지만, 대개 손꼽히는 명반은 LP시대의 몫이다.
그러나 LP는 1980년대에 개발된 CD의 편리성에 밀려 구시대의 유물이 돼 점차 생산이 중단됐다. 국내에서의 생산 중단은 2004년이었다. 그래도 아직 LP를 고집하는 애호가가 적지 않다. 장식장에 꽂힌 음반을 골라 표지를 감상하는 데부터 시작하는 LP 음반 감상은 꽤 큰 음반을 꺼내 부드럽게 표면을 닦고, 턴테이블에 꽂아 바늘을 올리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음악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재생할 때 나오는 찌지직거리는 잡음조차도 정겹게 들린다.
이런 추세를 반영이나 하듯 전 세계적으로 사멸되다시피한 LP 음반 생산이 활기를 띤다는 소식이다. 영국에서는 올해 출시된 LP 판매량이 100만 장을 넘어서 1996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또 미국에서도 지난해 610만 장의 LP가 팔렸다 하고, 국내에서는 LP 생산 공장이 재가동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편리함이나 음질, 시'공간 제약 등은 CD나 MP3의 발끝에도 못 미치지만, 바쁜 일상에서 음악만큼은 고즈넉하게 즐기고 싶다는 느림의 역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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