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의'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태도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지금 개헌 논의는 시기상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국민의 상당수도 동의하지 않는다. 따라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왜 지금 개헌 논의를 하면 안 되는지 분명하게 설명하고 야당과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29일 국회의장실에서 있었던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개헌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덮으려고만 했다.
이날 회동 직후 여야 정책위의장은 공식 브리핑에서 "개헌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2시간 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개헌과 관련해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여당의 요청으로 발표하지 않았다"며 공식 브리핑을 뒤집었다. 실제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논의할 사항이 많은 만큼 개인적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오늘 개헌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여야가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함구하기로 합의해놓고 뒤늦게 이를 깬 새정치연합의 '신의 상실'도 문제지만 개헌이라는 국가적 문제가 의제에 올랐음에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한 새누리당의 '함구'(緘口) 제안은 더 큰 문제다. 무엇이 두려워 함구하자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개헌 논의가 그렇게 해서 덮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그 발상이 한심하다.
박 대통령의 함구도 마뜩잖기는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개헌은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라며 개헌 논의에 대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렇다면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얘기한 문 비대위원장 등 야당 지도부에게 소신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미소만 지었다고 한다. 개헌 문제로 회동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자신의 희망과 달리 개헌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음을 의식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야당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했다.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는 선문답식 미소 대신 구체적인 설명을 했더라면 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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