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생물이 자연선택을 거쳐 고등한 생물로 진화했다는 진화론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진실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물음 즉 '진화 자체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다시 말해 '생명이 진화한다면 그 생명은 어떻게 생겨났나"라는 물음에는 무력하다. 이에 대해 진화론은 사실상 알아낸 게 없다.
진화론의 설명은 대략 이렇다. "원시지구의 바다나 강에서 우연히 유기물 분자가 생겨났고 이들 분자가 어떤 계기로 결합해 더 복잡한 유기물 가닥이 만들어졌다. 이 중 어떤 것은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자기복제 능력을 갖게 됐고 그 결과 이들 자기복제자는 자기와 같은 개체군을 형성했다. 이들 중 어떤 개체는 성공적인 변이를 통해 진화의 길로 들어섰고 어떤 개체는 그렇지 못했다. 이러한 '전(前) 생명'에서 생명으로의 전이(轉移)는 '창조'가 아니라 수십억 년에 걸친 화학작용을 거쳐 이뤄졌다." 그럴 듯한 얘기지만 증명되지 않았다.
창조론자들은 이를 집요하게 공격하지만 창조론 또한 큰 허점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근본적인 허점은 창조주 즉 신은 누가 창조했느냐는 물음에 무력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생화학자 마이클 베히 같은 일군의 창조론자들은 신을 '지적설계자'(intellectual designer)라는 세련된 단어로 바꿔 표현하지만 창조자를 누가 창조했느냐는 물음에는 역시 답을 주지 못한다. 이 또한 고도의 지적 존재-신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가 생명을 창조했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결국 창조론은 창조주의 창조자, 그 창조자의 창조자로 계속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절망적 무한회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지적에 대한 창조론의 답은 보통 신은 처음부터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는 창조론의 틀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지만 생명의 기원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진화론의 무력함과 다를 바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화론이 창조란 개념과 배치되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화하려면 원천적으로 (진화할) 존재가 먼저 창조돼야 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는 결국 진화 이전의 생명의 창조는 결국 신이 했다는 주장이다. 종교학자들은 이를 "과학과의 갈등을 줄이려는 시도"라고 평가하지만 생명의 창조에 신의 존재를 개입시킬 필요가 없다는 진화론자들이 수긍할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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