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전을 앞둔 두 팀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경기 시작 2시간 전 몸을 푼 삼성 선수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났지만 넥센 선수들은 조금이라도 더 훈련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탓으로 보였다.
경기 흐름에서도 넥센의 조급증은 그대로 나타났다. 삼성 타선이 폭발한 덕분도 있지만 넥센은 3회, 4회, 6회에 실책 3개를 연거푸 저지르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정규시즌에서 팀 최소실책(59개)을 기록한 팀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삼성은 3회 선두타자 이지영이 우전안타로 포문을 열자 김상수가 보내기번트를 댔다. 하지만 넥센 투수 오재영이 서두르다 공을 놓쳐 무사 1, 2루가 됐다. 이어진 1사 만루 기회에서 채태인은 2타점 우전안타로 기선을 제압했고, 최형우는 우중간 2루타로 2점을 더 보탰다.
6회 삼성이 7대1로 달아난 상황도 거의 판박이였다. 4회에도 강정호의 실책으로 진루했던 이지영이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김상수는 다시 보내기번트를 시도했다. 넥센 1루수 박병호는 이 타구를 잡다 미끄러지면서 무사 1'2루를 만들어줬다. 앞선 타석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보내기번트를 댔던 나바로는 구원투수 조상우의 직구를 정확히 받아쳐 쐐기 3점 홈런을 터뜨렸고,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넥센 불펜의 핵심인 조상우는 잦은 등판에 평소보다 직구 스피드가 5km가량 낮게 나오면서 나바로에게 통타당하고 말았다.
넥센 타자들은 공격에서도 서두르기만 했다. 4회 서건창의 우전 안타, 이택근의 좌중간 2루타로 1점을 만회한 뒤 무사 2루의 기회가 이어졌지만 4차전 최우수선수 유한준은 내야 땅볼, 시즌 홈런 1'2위인 박병호와 강정호는 각각 삼진과 우익수 뜬공으로 맥없이 물러났다. 이후 6회에도 1사 후 이택근이 좌전 안타를 때려냈으나 유한준이 병살타에 그치면서 추격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
한국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6차전 승부를 예상했던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후 7회부터 우승 세레모니를 위한 라인업을 가동했다. 호투하던 윤성환을 쉬게 하고 심창민을 투입하면서 포수 자리에는 진갑용을 앉혔다. 또 8회에는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안지만을 마운드에 올렸고, 9회에는 마무리 임창용으로 뒷문을 완벽하게 걸어 잠갔다. 결국 삼성이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시리즈는 2002년부터 13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 팀이 우승하는 전통이 이어졌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