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비신랑이 막상 결혼을 앞두고 상대 예비신부에 대해 마지막 점검으로 '과연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요?' 하는 물음으로 상담을 청했다. 필자가 보기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자신이 수년간 그 여성을 사귀었고 그로 인해 누구보다도 그 사람이 결혼상대자로 잘 맞는지를 알 터인데 막상 결혼을 코앞에 두고 때늦은 문제 인식으로 결혼계획을 흔들어 버릴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사실, 이런 경우 예비신랑의 속내는 말이 필자에게 묻는 것이지 자신의 마음속엔 이미 그만의 '정답'이 있다는 것을 필자는 안다. 그래서 필자는 다른 도리없이 이들에게 탐색적 질문이란 것을 제시하곤 한다. "그 사람과의 결혼을 밀고 나가면 어떤 일이 생길 것 같습니까?"라고. 필자의 명쾌한 답만을 기다렸던 예비신랑은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하듯 잠시 망설이다 단호한 자세로 대답했다. "그녀는 성격이 집요해서 조그만 의심이 생겨도 물고 늘어지고 질투하여 뜻대로 안 되면 난폭하게 신경질을 부려 결국엔 제가 질려서 도저히 못 살 겁니다. 평탄한 결혼생활은 힘들 것 같아요."
이쯤 되면 예비신랑 속내는 다 드러난 셈이 된다. 그녀의 나쁜 성격과 자기를 힘들게 하는 태도가 변화되지 않는 한 결혼을 물리고 싶은 절실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 방법과 요긴한 해결책을 위해 상담테이블에 앉아있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이때, 그에게 있어서 필자와의 상담은 그녀와 헤어질 필요성의 또 다른 단서 찾기와 헤어질 방도 찾기에만 국한된 도움일 수도 있고 또는 자기의 파혼 생각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전문가 시각에만 의존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들이 '원하는 답의 틀' 안에서 절대로 갇히지 않는다. 그것을 넘어서 그들 스스로 마음과 양심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좁은 문제해결의 틀을 수정해 가도록 돕는다.
그것은, '결혼 날짜가 잡힌 예비신부는 곧 나의 아내 될 사람이다!'라는 것부터 마음공부를 시키는 것이다. 결혼 날짜가 잡힌 예비신부의 흠집은 이미 그녀만의 책임이 아니다. 어쩌면 한때, 그녀의 흠집의 특성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그녀를 사랑한 기억도 있을 터, 이젠 그 흠집에 대해 새삼 비난하고 떠날 이유가 된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예비 남편으로서 함께 수정해 가고 다듬어 가야 할 기회를 먼저 제공하는 것이 그의 몫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미애(대구과학대 교수·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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