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사 3만 시간, 이서락 대한적십자사 영남봉사 회장

경북 첫 적십자 최고 명예대장 받아

"돈이 많아 봉사하는 게 아닙니다. 몸과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봉사입니다."

이서락(64) 대한적십자사 영남적십자봉사회장은 12일 안동병원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창립 109주년 기념식'에서 경북에서는 처음으로 적십자 최고 명예대장을 받았다. 그동안 펼친 3만 시간의 봉사활동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 회장은 "남을 돕고 나누는 삶은 봉사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큰 기쁨"이라며 "봉사를 통해 새로운 삶의 기쁨을 느끼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이 같은 최고의 영예를 얻게 돼 정말 감사하다. 더욱 열심히 봉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늘 "남은 인생은 덤이다"고 말한다. 1978년 대형 교통사고로 전신의 14곳이 부러졌고 전치 20주의 중상을 입었다. 사경을 헤매는 긴 투병생활은 그가 이웃을 위한 나눔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1980년부터 시작한 봉사활동은 그의 삶을 확 바꿔 놓았다. "교통사고로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남은 인생을 덤이라 생각하니 행복이 찾아왔어요. 그 행복의 원천은 사회봉사입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안동시적십자봉사회장, 안동지구연합회장, 대한적십자사 경북도협회장을 지냈다. 지금은 영남적십자봉사회장으로서 헌신적인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제3회 자랑스러운 안동시민상, 적십자 봉사대장 등의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가 봉사자의 대명사인 '인간 상록수'로 불리는 이유다.

이 회장은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가 기록한 자원봉사활동 3만 시간은 경북에서 가장 긴 봉사시간이다. 자원봉사 이력도 화려하다. 홀몸노인을 위한 경로잔치도 60여 차례 열었고, 사랑의 옷 2만5천여 벌과 연탄 2만여 장도 사회복지시설과 이웃에 전달했다. 또 장애인과 재소자, 벽지 어린이 등을 14차례에 걸쳐 초청해 선진지 견학을 시켰으며 15년 동안 보훈가족 3만여 명에게 건강검진과 음료 접대를 했다. 다문화가정 집수리와 홀몸노인 무료급식, 푸드 뱅크, 재활용 옷 수선, 연탄은행 등 안 해본 봉사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이웃사랑을 펼쳐왔다. 그가 자기희생과 가족의 이해로 참사랑을 펼쳐 우리 사회의 밀알로 칭송받는 이유다.

"그동안의 봉사활동을 돌이켜보니 세상에는 어렵고 불우한 이웃들이 참 많았어요. 그들의 가정사 하나하나가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물질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마음과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는 일이 봉사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안동시 동문동 50여㎡ 크기의 작은 한옥에 살면서 35년간 집에서 이발을 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이어왔다. 그는 "오히려 돕는 이웃들에게서 삶의 희망과 보람을 얻어왔다"고 겸손해했다.

안동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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