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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추리 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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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소련 국립 키예프 대학 천문대에서 일하던 이반 추리유모프는 동료 연구자인 카자흐공화국의 게라시멘코가 찍은 천체 사진을 분석하던 중 한구석에서 흐릿한 물체를 찾아냈다. 깨알 같은 이 물체는 32P/솔라 혜성의 일부처럼 보였다. 스쳐 넘길 수도 있었지만 추리유모프의 과학자적 호기심이 작동했다. 사진을 정밀 분석한 추리유모프는 이 물체가 솔라 혜성의 궤도를 벗어난 곳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새로운 혜성을 찾아낸 것이다. 관례에 따라 이 혜성엔 발견자의 이름을 따 67P/추리유모프-게라시멘코(추리 혜성)란 이름이 붙었다.

혜성은 46억 년 전 태양계가 탄생할 당시 만들어진 원시물질들로 구성돼 있다. 추리 혜성은 최대길이 4.1㎞, 무게 100억t 남짓하다. 이 정도니 중력도 약해 표면에서 우주인이 뛰어 탈출할 수 있을 정도다.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는 6.45년이 걸린다.

엊그제 유럽우주국의 혜성탐사선 '로제타'에서 분리된 탐사로봇 '필래'호가 추리 혜성에 착륙했다. 인류가 혜성 표면에 탐사로봇을 착륙시킨 것은 처음이다. 유럽은 늘 미국과 러시아에 밀려 우주개척에선 찬밥 신세였다. 유럽은 '로제타' 프로젝트에 13억 유로(1조 8천억 원 정도)를 쏟아 부었다.

로제타호는 유럽의 꿈을 안고 지난 2004년 3월 2일 발사됐다. 발사된 지 10년 8개월 10일 만에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40배에 이르는 65억㎞를 날아가 이날 추리 혜성 표면에 안착했다.

추리 혜성은 시속 13만 5천㎞의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인다. 중력이 약해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튕겨 나가 우주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로제타' 프로젝트는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본 유럽우주국의 맷 테일러 박사가 "눈을 가린 채 말을 타고 질주하면서 총을 쏘아 날아가는 총알을 맞추는 것"이라 한 것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국회에 410억 원의 달 탐사 예산을 들이밀었다가 '쪽지 예산' 논란을 빚고 있다. 달 탐사는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박 대통령은 '2020년까지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우주 강국의 꿈을 은근슬쩍 쪽지를 들이밀어 해결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국민들을 설득하고 당당하게 예산을 편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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