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상황 속에 살고 있다. 애써 현실을 외면한다고 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왠지 모를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공통으로 일어나는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물질적 가치를 우선하면서 도덕적 가치를 소홀히 해온 결과로 볼 수 있다.
도덕적 가치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존중,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배려는 상대를 향하지만, 자신에 대한 배려도 있고 모두를 위한 배려도 있다. '배려'의 저자 한상복은 상대를 배려하면 행복이 다가오고, 자신을 배려하면 즐거움이 찾아오며, 모두를 배려하면 성공이 몰려온다고 했다. 동시에 배려가 부족하면 상처를 주고받으며, 결국 불행과 낙심과 실패가 찾아오게 된다고도 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자기 입장만 가지고 판단하면,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게 되고 결국 모두의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운경재단은 어지럽기만 한 요즘 세태를 보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당신이 먼저입니다'라는 사회운동을 펴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있는 운경재단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먼저 존중하고 배려하면 결국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취지의 의식개선 운동이요, 생활실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 일환으로 먼저 운경재단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경북대 인문대와 함께 상처받은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치유인문학 공개강좌'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에만 3천여 명이 수강, 시민들로 하여금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도 다양한 마음 치유 전문가 강연에 매회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 운경재단은 지역사회 미래 주역인 대구지역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키우기 위해 '당신이 먼저입니다'라는 글제로 해 이달 한 달 동안 응모를 받아서 오는 12월에 시상을 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매년 이런 글짓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언젠가 운경재단 치유인문학 강연에 강연자로 나선 서강대 강영안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생각해 보세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생각할지,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의 독특성에 매몰되지 않고 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동의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반드시 이기려 하지 말고 질 생각도 해보세요. 부부 사이의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라도 동료와 바둑을 두면서는 얼마든지 져 줄 수 있어요. 친구를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나 자신을 비우고, 내려놓고, 낮아질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비우는 것이 마치 상대에게 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마치 상대에게 항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항복은 항복인데, 이런 항복은 '창조적 항복'입니다. 정말 힘이 없어서, 살아남기 위한 항복과는 달리, 사람을 살리는 항복이요 변화와 새로움을 가져다주는 멋진 항복입니다."
우리 재단과 사회운동을 함께하고 있는 경북대 정우락 교수도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과 '당신이 먼저'라는 실천운동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아픔을 공유하면 행복해집니다. 우리 시대만큼 아픈 사람들이 많은 적도 없지만, 우리 시대만큼 아픔을 서로 외면한 시대도 일찍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문화를 통해 아픔을 서로 나누며, 우리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경재단의 '당신이 먼저입니다' 실천운동. 우리 모두 마음과 발걸음을 함께할 이유가 충분한 요즘이다.
곽동환 운경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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