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사는 주부 이모(42) 씨는 최근 중학교 1학년 아들의 컴퓨터에서 SNS 사용흔적을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친구 목록에 있는 여학생의 SNS 계정에는 자기 나체를 찍은 사진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 아래는 온갖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심지어 다른 여학생 계정에는 자위행위를 하거나 성관계를 맺는 영상물까지 올라와 있었다. 평소 아들이 음란물을 접할 것을 우려해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던 터라 당황스러움은 더욱 컸다.
이 씨는 "혹시 아들이 SNS 친구들처럼 음란한 사진을 따라 올릴까 봐 걱정"이라며 "막상 꾸지람하려니 아들이 비뚤어질까 봐 담임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SNS를 이용한 음란물이 판치고 있다. 이른바 '섹드립'(섹스+애드립)이다. 성인들이 만든 불법 음란물을 접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신체를 찍어 SNS에 올리고 공유하는 게 특징이다.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올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의 계정에 방문자 수를 늘리거나 '좋아요' '팔로잉' 등의 숫자를 늘리겠다는 게 이유다. 이 때문에 부적절한 SNS 활용이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고교생 A(18) 군은 "보통 친한 친구들끼리 비공개를 통해 야한 사진을 공유하고 때때로 자신의 사진이나 받은 사진들을 올리기도 한다. 심지어 헤어진 여자친구의 야한 사진까지 올리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신체를 찍어 주고받거나 게시하다가 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게시 및 유포'소지한 미성년자 60명을 포함한 117명을 적발했다. 이들 중에는 14세 미만인 초등학생도 33명이나 있었다. 경찰은 고의적으로 유포한 혐의가 짙은 중'고교생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온라인 상에 남긴 음란물이나 자신의 사진은 순식간에 확산되기 때문에 다시 주워담기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SNS 등에 남긴 음란물 등 '디지털 흔적'(Digital Footprint)을 지우는 업체도 성업 중이다. 서울 한 업체의 경우,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상의 사진과 영상물 등을 역추적해 그 흔적을 지우며, 각종 포털과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 내용은 소유주에게 직접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외국 서버의 경우에는 해당 본사에 삭제 요청서를 보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규제 및 법적인 업무까지 대행한다.
디지털 흔적 지우기 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관련 업체가 늘어나고, 고객들의 요청도 급증하고 있다. 개인적인 문제나 정치적 발언 등에 관한 게시물을 삭제해달라는 요청도 있지만 대부분 성관계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삭제 요청이 많다. 전화상담은 하루 평균 20~30건 정도며 상담을 할 때도 회사보다는 다른 장소에서 만나길 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