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누더기 김영란법으로 부정청탁 합법화시키려는 당정

국회의원'공무원'공공기관장 등 공직자가 받은 최초 부정청탁은 책임을 묻지 않는다. 부정청탁 초범은 면책해준다. 또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았더라도 신고할 필요가 없다. 신고하든지 말든지 공직자 맘대로다. 공직자들이 부정청탁을 받았더라도 의무적으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맘 내키면 신고하고, 내키지 않으면 입 닫아도 문책당하지 않는다. 또 공직자 친족간에는 부조의 목적시에만 금품 제공 허용으로 제한했으나 앞으로는 친족간 금품 거래는 전면 허용된다.

이 모든 것은 새누리당이 지난 24일 비공개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보고 받은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검토안이다. 한마디로 정신 나간 발상이자, 김영란법 원안 통과를 염원하는 국민을 외면한 나쁜 발상이다.

이런 누더기 김영란법이 검토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국민들은 기가 꺾인다. 당정이 밀어붙여서 국민권익위의 김영란법 검토안이 통과되기라도 한다면 '부정청탁 초범'은 합법화된다. 당연히 공직자를 상대로 한 부정청탁은 검은 꽃을 피울 수밖에 없다. 관이 지역 내 최대의 발주처이고, 관급 공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마찬가지이며, 산하 공기업이나 각종 위원회 자리 하나 차지하는데 혈안이 된 세태에 부정청탁을 통해 사업권이든 납품권이든 따내려는 이들로 넘쳐날 것이다.

국민권익위가 첫 부정청탁을 면책으로 검토하자 새누리당이 공감했다는 소식은 잘못 전달된 내용이기를 바라지만 사실이다. 김영란법을 원안대로 처리하겠다고 사실상 대국민선언을 한 새누리당이기에 실망을 넘어 절망이다. 국가 개조에 앞장서야 할 당정이 부정청탁을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김영란법을 누더기법으로 만들려고 하니, 공직사회의 적폐 해소는 백년하청이 뻔하다.

누구든 딱 한 번만 공직자를 상대로 부정청탁을 통해 자리나 이권을 말아먹고,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고 오리발 내밀면 되는 사회가 정상인가. 공직자가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무조건 형사처벌하도록 하자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추상같은 적폐 해소 의지를 담은 김영란법 원안 통과는 새누리당에 부여한 국민의 명령임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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