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집을 짓는 10가지 이유/로완 무어 지음/이재영 옮김/계단 펴냄
집은 비바람을 피하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거주의 공간이면서 부와 힘, 위엄과 안식, 안전과 정착, 희망과 아름다움이라는 가치와 정서를 드러내는 역할도 한다. 집을 지을 때는 단순히 생활 영역을 확보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수많은 욕망과 감정이 개입한다. 이 책은 섹스와 돈, 희망과 권력, 진실과 상징, 가정과 생활이라는 사람의 감정과 욕망이 집을 비롯한 건축물에 어떻게 작동하고 반영되고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조명한다.
저자는 돈과 섹스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이며 건축물만큼 이들 욕망을 실감 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지적한다. 웅장하고 화려한 공간, 노동력과 물자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 아찔한 쾌감과 번식의 자유 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건축물만의 독특한 특징이라는 것.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글은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건물을 짓게 된 사연부터 건축 과정에서 벌어진 기상천외한 일들이 현장감 있는 스토리와 함께 펼쳐진다. 9'11 테러로 파괴된 월드트레이드센터를 새로 세우는 과정도 사연들이 가득하다. 수천 명이 사망하고 뉴욕의 상징과도 같았던 건물이 사라진 뒤 다시 세우는 국가적 과제였지만 실제 건설과정은 겉모습과 달랐다. 건축가들의 독선과 헐뜯기, 부동산업자들의 탐욕은 매년 9월 11일 그라운드제로에서 추모의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이 책에는 저자가 경험한 수많은 건축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녹아 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경험이 사변적인 감상에 그치지 않고 집과 사람, 건물과 도시 그리고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512쪽. 2만원.
이경달 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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