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공짜는 없다

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도 있다. 공짜 '득템'을 하고 나면 흐뭇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여하튼 기분이 좋다.

그런데 알다시피 공짜는 없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공짜로 줄 리가 만무하다. 공짜라는 말을 붙이고, 앞에 내세울 뿐이지 그냥 퍼주진 않는다. 물건을 살 때도 '공짜로 끼워준다'고 하지만 사실 물건값에 다 포함됐다. 알면서도 기분 좋게 속는 것이다.

대구시가 시내버스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시내버스 감차 등 구조조정, 버스업체 통'폐합, 노선 대수술 등 대변혁을 계획하고 있다. 복잡한 얘기 다 치우고 결론만 말하자면 한마디로 '돈' 때문이다. 시내버스에 들어가는 시 재정이 너무 많고, 앞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여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공짜'가 떡 하니 들어앉아 있다. '환승', 정확히 말하자면 '무료 환승'이다. 이는 도시철도나, 시내버스를 탄 뒤 '최초 하차 후 30분 내'라는 조건만 충족되면 마음대로 갈아탈 수 있는 제도다. 시는 올해 이 '무료 환승'을 위해 6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출했다. 무료로 환승을 해주지 않았다면 버스업체가 벌어들였을 버스요금을 시가 대신 보전해 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갈아타는 승객이 내야 하는 버스요금을 시가 대신 내주는 것이다. 알고 보면 '무료'가 아닌 것이다.

시는 2006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후 버스업계에 운영 적자분을 시 재정에서 지원해주고 있는데, 재정 지원 항목은 ▷무료 환승 ▷운영비 적자 보전 ▷오지노선 지원 등 크게 3가지다. 이 중 무료 환승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올해 경우 시는 버스업계에 모두 948억원을 지원했는데, 이중 무료 환승 지원이 590억원으로 비율로 따지면 60%가 훌쩍 넘는다. 2007년 418억원이던 무료 환승 지원 규모가 ▷2008년 480억원 ▷2009년 528억원 ▷2010년 567억원 ▷2011년 561억원 ▷2012년 588억원 ▷지난해 590억원 등 해마다 늘고 있다. 물론 계산상 그렇다.

버스 이용자들에게 무료 환승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 무료로 갈아타는 게 당연해져 버렸다. 너무 익숙해져 무료 환승이 없는 대중교통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사실 도시철도-시내버스 등 교통수단 간 환승 시 200원 안팎의 환승비를 받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그렇다 보니 "버스요금을 100원 올리면 시는 재정 부담을 연간 200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환승을 무료로 하는 상황에서 요금도 몇 년째 올리지 못하니 해마다 지원금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원을 너무 많이 한다고 욕도 먹어야 한다"는 시의 하소연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무료 환승제를 없애자는 것도, 환승비를 내자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그대로 운영돼야 하고, 도시철도 3호선 개통에 따라 시내버스 구조 및 노선이 개편되면 더욱 필요하고 활성화돼야 한다. 이는 공공적 성격을 띤 시민 생활복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내버스 이용자라면 무료 환승에 대해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공짜인데 사실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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